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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rt Stories 6 - A Grain As Big As A Hen's Egg by Leo Tolstoy

engbug 2018. 4. 1. 17:06

작은 이야기 여섯 번째입니다. 


'톨스토이 단편' 중에서 맘에 드는 이야기를 올려 봅니다.

 

 

[A Grain As Big As A Hen's Egg]                               

 

 

http://www.online-literature.com/tolstoy/2898/

 

 

국내 발간된 톨스토이의 단편집을 읽고 해당 내용이 마음에 들어서 원문을 올렸었는데, 혹시나 나중에 분쟁의 소지가 있을까 저어되어 영문판 링크를 2018년 4월 5일에 우선 올리고, 오늘(2018.04.06.) 아래와 같이 해석한 내용을 올립니다.

 

 

이야기에 나오는 곡물은 옥수수라서 좀 그렇지만... 2005년 충주에서 담은 사진

어느 날 아이들이 골짜기에서 옥수수 낱알처럼 생긴 무언가를 발견했는데, 크기가 달걀만 했다.
마침 지나가던 여행자가 그걸 보고는 아이들에게 푼돈을 주고 그것을 사서, 호기심 많은 왕에게 가져다 팔았다.

 

왕은 현자들을 불러 모아 저것이 무엇인지를 밝혀 보라고 했다. 하지만 난다 긴다 하는 현자들이 여러 날을 이리 살펴보고 저리 살펴보았지만 도무지 실마리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것이 놓여 있던 창틀로 닭이 한마이 날아 들어와서는 그것을 쪼는 바람에 구멍이 나고 말았다. 그제야 현자들은 그것이 옥수수 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자들은 왕에게 달려가 말했다.

 

"폐하, 이것은 옥수수 낱알입니다."


왕은 그 말에 무척 놀랐다. 그리고는 학자들에게 언제 어디에서 이와 같은 옥수수를 키웠던 것인지 알아보라고 지시를 했다. 그러자 학자들은 또다시 고민에 고민들 거듭하며, 책이란 책은 다 뒤져 봤지만 그와 관련해서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은 왕에게 와 말했다.

 

"폐하, 송구하오나 저희는 폐하께 아무런 답도 드릴 수 없사옵니다. 저희가 가지고 있는 책에는 그와 관련한 어떠한 내용도 찾을 수 없었사옵니다. 폐하께서 농부들에게 물어보신다면, 어쩌면 그들 중에는 조상들로부터 언제 어디서 그렇게 큰 곡물을 재배했는지에 대해 들은 자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자 왕은 가서 나이 많은 농부를 데리고 명하였고, 신하들이 곧장 그런 농부를 찾아 왕에게 데려왔다.

그는 늙어서 허리도 굽고, 혈색이 창백한 데다가 이는 다 빠져 있었다. 그는 두 목발에 의지해서 비틀거리며 간신히 왕 앞으로 나섰다.

왕은 그에게 씨앗을 보여주었지만, 노인은 거의 볼 수 없었다. 그는 씨앗을 들고, 손으로 만져보기 시작했다.

 

왕이 그에게 물었다.

"노인 양반, 어디서 이런 곡물을 재배하는지 말해줄 수 있겠소? 당신은 이런 옥수수를 사거나 밭에다 씨를 뿌린 적이 있소?"

노인은 귀가 멀어서 왕이 하는 이야기를 잘 들을 수 없어서, 간신히 간신히 겨우 왕의 질문을 이해했다.

 

"아닙니다." 노인이 마침내 대답했다.

"저는 제 밭에서 그와 같은 곡물을 심은 적도, 수확한 적도 없고 사 본 적도 없습니다. 제가 곡물을 살 때는 지금처럼 곡물이 작았으니까요. 하지만 만약 저의 아버지께 물으신다면, 제 아버지는 그런 곡물이 어디서 자라는지에 관해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자, 왕은 사람을 보내 그 노인의 아버지를 데려오게 했다. 그 노인의 아버지는 목발 하나만 짚고 걸어왔다. 왕은 그에게 그 씨앗을 보여주었는데, 그는 아직 시력이 괜찮아서 그 씨앗을 제대로 살펴볼 수 있었다.

 

왕이 그에게 물었다.

"노인 양반, 어디서 이런 곡물을 재배했었는지 말해줄 수 있겠소? 당신은 이런 옥수수를 사거나 밭에다 씨를 뿌린 적이 있소?"

비록 그는 듣는데 어려움이 있긴 했지만, 그의 아들보다는 나았다.

 

"아닙니다." 그가 대답했다. 저는 제 밭에서 그와 같은 곡물을 심은 적도, 수확한 적도 없습니다. 그리고 사는 거라면, 저는 평생에 돈으로 무엇을 사 본 적이 없습죠. 우리는 각자가 곡물을 키우고, 만약 필요할 경우엔 서로서로 나누며 살았습죠. 저는 이런 곡물을 어디에서 키우는지 알지 못합니다. 우리 때 키웠던 곡물이 지금보다 더 크고 가루도 많이 나오긴 했지만, 저는 저렇게 큰 씨앗을 본 적이 없습니다요. 하지만 제 아버지가 말씀하시길 당신 때는 저희 때보다 곡물이 더 크고 가루도 많이 나왔다고 하셨으니, 제 아버지에게 물어보심이 좋으실 것 같습니다."

 

이에, 왕은 그의 아버지를 데려오라고 하였고, 신하들은 그의 아버지를 찾아 왕에게 데려왔다. 그는 목발 없이 잘 걸을 뿐 아니라 시력도 괜찮고 청력도 좋았으며 말도 또렷하게 잘했다. 왕은 그에게 씨앗을 보여주었고, 그는 씨앗을 받아서 보고는 손에서 그것을 돌려 보았다.

 

"이렇게 근사한 씨앗은 정말 오랜만에 봅니다." 그가 대답했다.

그리고 그는 씨앗의 일부를 떼어내어 맛을 보고는 "바로 그 맛입니다."라고 덧붙였다.

 

"노인 양반, 언제 어디서 이런 곡물을 키웠소? 당신은 이런 옥수수를 사거나 밭에다 씨를 뿌린 적이 있소?"라고 왕이 묻자, 노인은 대답했다.

 

"제 때는 어딜 가나 이런 속물을 키웠답니다. 저도 소싯적에 이런 곡물을 먹고 자랐고, 다른 사람들도 그랬습죠. 우리는 이런 곡물을 씨 뿌리고 수확해서 탈곡을 했었답니다."

 

그러자 왕이 물었다.

"말해 보게. 그대는 이런 곡물을 어디에서 샀는가? 그게 아니면 그대가 직접 키웠는가?"

 

노인이 그 말에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제 때는 누구도 빵을 사거나 파는 것과 같은 불경한 짓을 생각조차 안 했답니다. 우린 돈이란 것이 뭔지도 몰랐고, 각자 자신이 필요한 만큼 곡식을 가졌답니다."

 

"그렇다면 말해 보게, 당신의 밭이 어딨었고 어디서 이런 곡식을 키웠었는가?" 왕이 묻자 노인이 대답했다.

 

"저의 밭은 신의 땅입니다. 제가 쟁기질을 하는 곳이 저의 밭이었죠. 땅은 무료입니다. 땅이란 누구도 자기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노동만이 유일하게 자기 자신의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두 가지만 더 내게 대답해 주게." 왕이 물었다.

 

"첫째, 예전에는 그와 같은 곡물들이 땅에서 잘 자랐는데, 왜 지금은 그렇지 못한 건가? 그리고 둘째, 왜 자네의 손자는 목발을 두 개 짚고 다니고, 자네의 아들은 하나를 짚고 다니는데, 자네는 어찌 아무것도 짚지 않는 건가? 자네는 눈도 밝고 치아도 멀쩡한 데다 말도 또렷이 하고 귀도 잘 들으니 말일세.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그러자 그가 대답했다.

 

"그건 사람들이 이제는 더 이상 자신들의 노동으로 살려고 하지 않고, 다른 이들의 노동에 기대어 살려고만 하기 때문입니다. 옛날에는 사람들이 신의 섭리에 따라 살았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의 것만을 취하고 다른 이들이 생산한 것을 탐하지 않았지요."

 

 

 

톨스토이의 해당 작품에 대한 추가 설명 : https://en.wikipedia.org/wiki/The_Grain

 

 

 

 

[덧말]

 

거짓말이겠지요... 그저 동화 속 이야기일 뿐이겠지요...

 

소위 말하는 생산성이란 현대로 올 수록 높아졌다고 하고, 인류의 평균 수명 역시 그렇다고 하고, 농작물에 대한 상품가치(?) 또한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재고되었다고 하니까요...

 

하지만, 이 동화에 마음이 끌리고 공감이 가는 이유는 톨스토이가 노인의 입을 빌어서 전달하는 메시지가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사회의 모습과 같기 때문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말로만 모두 잘 사는 사회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이 가질 것인가가 아니라, 가지고 있는 것을 얼마나 잘 나누고 사용할 것인가에 합의할 수 있다면... 현재 가지고 있는 기술만으로도 세상 사람들 모두가 나누어 살기에 부족함이 없을 런지도 모릅니다. 물론, 그러한 합의라는 것이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실현 불가능의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달걀만한 씨앗'처럼요.

 

하지만, 일정 규모의 공동체 사회에서라면 가능성은 좀 더 높지 않을까 하는 바람은 나이가 들어도 놓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통하여하는 일들 중에 세상을 이롭게 하는 부분이 얼마나 차지하는가를 자문해 본다면, 어쩌면 버틀란트 러셀이 '게으름에 대한 찬양'을 통해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하루 4시간 정도의 노동만으로도 우리 모두가 서로서로 잘 먹고, 잘 사는 데에는 충분할지 모르겠습니다.

 

[2007.4.22. 오전 4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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