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개인 홈페이지(http://www.geoever.com) 에 올려 놓은 2000년 배낭여행 이야기를 옮겨 놓은 것입니다.
국토 총면적이라고 해 봐야 서울특별시 정도의 크기밖에 되지 않는 싱가포르에, 섬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위락시설인 센토사(면적: 약 4㎞ ×1.5㎞)가 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흥미롭다. 그다지 큰 섬은 아니라도 싱가폴에 센토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주롱 공원, 부킷 티마(Bukit Timah Nature Reserve) 등 많은 공원과 휴식 공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Mount Faber에서 본 Sentosa]
위의 사진에서 뒤쪽으로 우뚝 솟은 빌딩이 WTC와 나란히 있는 Cable Car Tower입니다.
그리고 그 뒤편으로 보이는 긴 막대 모양의 건물 좌측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회색 건축물이 37미터 높이의 멀라이언(The Merloin)이구요.
센토사로 가는 방법에는 3가지가 있다.
버스나 택시를 타고 다리를 건너 가거나, 세계무역센터(World Trade Centre)에서 페리(Ferry)를 탈 수도 있지만, 뭐니 뭐니해도 지상 60미터 높이의 케이블카를 타고 건너는 것이 가장 근사한 선택이 아닐까 싶다.
아침에 리틀 인디아(Little India) 부근에 있는 호커스(Hawkers)에 들려 간단히 식사를 하고 한 달간의 여정 동안 신을 샌들을 사, 신고는 센토사로 가는 케이블카를타기 위해 Mount Faber로 향했다.
물론 WTC에서도 케이블카를 탈 수는 있지만, Mount Faber에서 타면 WTC를 경유해서 가게 되니 케이블카를 2배 정도 더 오래 타게 되는 셈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케이블카는 몇 번 타 본 적이 없는 순박한(?) 나는 물론 오래탄다는 사실에 마음이 동 했다.
Mount Faber는 싱가폴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Viwe Point)도 있고, 공원처럼 꽃과 나무들이 많은 곳이지만 직접가는 대중교통수단이 없는 단점이 있다.
결국, 좀 아까운 생각은 들었지만 택시를 타고 그곳에 도착... 케이블 카를 타기 전에 먼저 View Point쪽으로 올라가 보기로 했다.
날이 흐릿하니 비가 올 것만 같아, 내심 불안했지만 이곳을 그냥 지나쳐 간다면 여기까지 올라온 보람 중에 하나를 놓치게 되는 셈이다.
[Mount Faber Cable Car Station]
Faber 언덕의 정상에 위치한 전망대(?)에 다다르면 제일 먼저 4미터 정도 크기의하얀 멀라이언상과 그를 둘러싼 관광객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직까지 싱가폴에 관한 정보가 부족한 찬용... 이 때까지는 싱가폴에 멀라이언상이 3개인 줄로 앎... 하나는 오리지널 멀라이언, 또 하나는 센토사의 멀라이언그리고 여기 언덕 위에 멀라이언... 그래서 2개의 멀라이언이 일직선상에 걸치는 이곳의 경치에 황홀해 함. 하지만 그 후 다 수의 멀라이언 발견, 실망함 ㅠ,.ㅠ)
멀라이언상이 있는 맞은 편이 바로 View Point로 이곳에서는 동북쪽으로 싱가폴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센톤웨이(Shenton Way) 등의 도시 전경을 볼 수 있다.
한 두 방울씩 내리기 시작한 비를 맞으며, Mount Faber Cable Car Station으로 갔다. 매표소에서는 케이블카 이용권(왕복 $6.8)과 함께 센토사 입장권($6)을 판다(입장권은 어디를 통해 들어가더라도 사야함, Monorail 등의 요금이 포함됨).
[케이블카에서 본 WTC 선착장]
케이블카는 속도가 너무 빠른 건 아닌가 싶게, 급하게 언덕 밑으로 내달렸다. '이크, 사고나는 거 아닐까? 이거 급행인가 ?'라는 생각이 들려던 것도 잠시... 속도가 늦쳐지면서 조금씩 높이에 적응해 가기 시작할 무렵.., WTC에 있는 Cable Car Tower에 도착, 그곳에서 승객을 더 태웠다(나중에 알았지만, 밤에 센토사에서 나올 생각이라면... Mount Faber에서 왕복표를 사는 것보다는 돌아올 때 WTC에서 내리는 편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편리하다).
센토사 섬에 다달은 케이블카는 우리나라 민속촌 같은 Asian Village 위를 지나서 Cable Car Plaza에 도착했다.
플라자를 나서니 커다란 용 분수대와 Images of Singapore가 앞쪽으로 보였다.
오늘 가 보려고 생각한 곳은 The Merlion, Musical Fountain, Butterfly Park 등이니 그 외의 곳들은 통과다.
우선 제일 가까이에 있는 나비공원(Butterfly Park)으로 향했다(입장료 $6).
겉에서 보기에도 좀 왜소하다 싶은 이 박물관에 들어서면, 작은 수족관 모양의 유리관들과 그 안에 들어있는 나비들을 볼 수가 있다. 하지만, 그다지 눈이 띄는 아름다운 나비도 없는데다가 심지어 중간 중간에 비어 있는 유리관도 적지 않아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다. 이럴 수가... 처음 부터... 흐흑~~ 혹시나 하는 기대을 가지고 박물관과 이어져 있는 나비 정원으로 나가 보았지만, 이곳도 역시나 살아서 아름답게 날아다니는 나비는 눈을 부릅뜨고 찾아 봐도 없었다(갈수록 정말... ㅠ.ㅠ ).
완전히 속았다 싶어 정원을 한 바퀴 돌고 나가려는데, 매표소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이 표현이 맞을거임)께서 곤충관(Insect Kingdom)을 보고 나서 그리로 나가면 된다고 하신다... '으이구... 거기가 거기겠죠.. 모'하는 말이 입 안에서 맴돌았지만 이왕 온 거니... 속는 셈치고 둘러보기로 했다.
좋은 것은 늘 나중에 나오기 마련이라던가 ?? 앞선 나비공원의 부진을 만회하기라도 하듯 이곳 곤충관은 세계 곳곳에서 꼼꼼하게 채집한 다양한 곤충들이 형형색색크기도 다양하게 전시되어져 있었다. 크고 작은 벌레들에서부터 거미나 전갈류 등도 있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건 장수 풍뎅이, 사슴벌레 등이었다.
투구처럼 생긴 뿔(?)을 달고 있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어릴 적... 꼭 갖고 싶었던 곤충이었지만, 어찌된 건지... 난 한 마리도 잡아 보지 못했었다.
그때는 그저 팔자려니(어린 놈이 무슨 ^^;) 하고, 포기했었는데 여기에 게시된 곤충들의 생태를 보니그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어릴 적 나의 귀가 시간은 해지기 전이었고, 취침 시간은 밤 9시... 이들 곤충의 활동시간은 몇 종류를 빼면 대부분이 밤에만 활동하는 야행성이니... 걔네들 사는 집을 모르는 내가 잡을 수 있는 길은거의 없다고 보는게 당연했다.
그 외에도 마치 여성용 장신구처럼 고운 빛깔로 반짝거리는 화려한 벌레들과 입새벌레(Leaf Insect) - 이 벌레는 나비 공원에서 본 것 같기도 하고, 정확히 기억나지 않네요... 벌레 이름도 영문은 맞지만 한글 이름은 모르겠음 - 등을 보고 있자니 어린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 들어서 아까의 충격에서 약간은 벗어날 수 있었다.
다음 목적지로 갈겸, 우선은 모노레일(Monorail)을 타고 센토사를 대충 훌터 보기로 했다.
점심을 먹을 겸 Sentosa Food Centre로 갔다. 육지로 잇는 다리(Causeway Bridge)부근에 자리한 센토사 내의 호커스 같은 곳인데, 의외로 다른 손님들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여기서 처음 말레이식 미고랭(Meegoreng)과 사테이(Satay)를 먹었는데 특히, 미고랭을 맛있게 먹어서 그 후에도 여러 곳에서 먹어봤지만 모두 이곳의 맛보다 못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면 이제 먹었으니, 금강산 아니 언더워터 월드(Underwater World)를 갈 차례다. (입장료 $13)
뭐 보고 놀란 가슴, 뭐 보고 겁낸다고... 관광 안내서에 나온 이야기 믿고 갔다가, 물 먹은 '나비공원'(그 후로는 '나비' 들어가는 박물관이나 농장은 가지 않았음)을 경험하고 난 후라 입장권을 사기 전에 망설임이 있었지만, 적어도 수족관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어 마음을 다잡았다.
과연 입장료가 비싸서 그런지, 언더워터 월드는 입구를 들어서면서부터 분위기가 자못 다른게 기대가 되었다.
[대형 수족관의 모습]
입구 앞쪽에 있는 공중 목욕탕 어린이 욕조같은 물고기수조에 손을 넣어 장난치는 것도 잊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1.5미터 정도는 되어 보이는 내 허벅다리 굵기의 뱀장어를 보았을 때는 카메라를 갖다대며 충전하는 시늉과함께 'It's time to recharge'라고 하자 옆에 있던 서양 여자가 재밌다는 듯 웃어댔다.
작은 벽면 수족관에 따로 따로 전시되어 있는 돌덩이 같은 'Stone Fish', 갈기를 목에 두른 듯한 'Lion Fish'도 재밌었지만, 무엇보다 이곳의 압권은 바로 아시아 최고의 80미터 수족관 터널이었다.
무심코 보고 지나가면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 눈과 이빨을 보면 바위나 돌이 아니라 물고기임을 알 수 있다.
250종, 2,500마리 이상의 해양 생물들이 살고 있는 이 수족관 터널은 독일에서 유리관을 만들어 뉴질랜드에서 가공한 것으로 상어, 가오리, 바다거북, 전기 뱀장어등이 형형색색의 물고기들과 함께 넓은 수족관을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모습을 라이브로 볼 수 있는 '지상에서의 바다 生 쇼' 공연장인 셈이다.
수족관 터널 밑을 따라 도는 벨트를 타고 돌아도 되고, 그 옆으로 나 있는 통로를따라 걸어도 되는데, 아무튼 이곳 해양 생물들의 모습과 움직임들을 따라 잡으려다 보면 목운동은 자동이다. ^^
처음 한 바퀴는 기본... 두 번째는 필수인, 수족관 터널을 돌아보는 동안 남국의 더위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수족관 터널을 뒤로 한 채.. 밖으로 향하는 무거운 발걸음을 재촉이라도 하는 듯,출구로 가는 길에는 또 하나의 볼거리가 방문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영화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13번째 작품이었던 'Octopusy'에도 나온 적이 있는 문어 'Octopusy'- 이 녀석은 아기 옥토퍼시인가 보다.. 내 손바닥 반 만한게유리벽에 바짝 달라붙어 있다 -'와 차라리 움직이는 조각이라고 말해도 좋을 '해룡'이 그것이었다(해룡은 '63빌딩'엔가, '코엑스'엔가도 있다고 함).
[Weedy Seadragon과 Leafy Seadragon]
누가 이 녀석을 보고, 물고기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 모양새가 특이하고 아름답다 못해 화려하기까지 한 해룡은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작은 피조물 역시, 경이로운 자연의 일부임을 느끼며...'언더워터 월드'를 나서는나의 마음은 흐뭇한 미소처럼 밝기만 했다.
주위가 어두워 옴은 비단 날씨가 흐리기 때문은 아니었다... 이제는 저녁 무렵...슬슬 해가 지기 시작했다.
아까 모노레일을 타고 한 바퀴 돌 때, 보아 두었던 Central Beach로 향했다.
섬과 섬사이에 둘러 쌓인 작은 해변과 모래사장, 그리고 거기에 어울어져 함께 노는 사람들의 모습... 게다가 센토사와 또 다른 작은 섬을 잇는 다리의 모습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Siloso Beach나 Tanjong Beach를 제쳐두고, 가 보고 싶은 해변이었던 거다.
모노레일은 실로소 요새(Fort Siloso)를 지나 처음 모노레일을 탔던 Cable Car Plaza를 돌아서, 다시 한번 The Merlion 옆으로 지나쳤다.
모노레일에서 내려, 백사장까지 와서는 신고 있던 샌달을 벗어 들었다.. 모래사장을 거닐 때는 의례 맨발이다... 맨 발바닥으로 걸어다니는 기회가 흔치 않으니 이런 때라도 좀 더 자연스러워지고픈 마음에...
[Central Beach, Southernmost Point 다리]
[Southernmost Point 전망대]
해질 무렵이 되니, 물놀이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고... 젊은 남녀들이 모여서 웃고 떠들며 그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있는 모습들이 보였다.
Southernmost Point of Asia Continent... 글자대로 한다면 아시아 대륙의 남쪽끝우리나라 '땅끝마을'과 비슷한 의미일 게다... 아시아 대륙의 최남단...
별다른 생각없이 왔지만, 막상 오고 보니... 의미가 전혀 없다고 볼 수가 없게 되었다... 게다가 그곳으로 가기 위해 건너야 하는 다리가 예술이다...
50~60 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구름(?)다리... 양쪽 섬의 끝에서 다리를 지탱해 주는 회백색 나무 기둥과 분칠을 한 듯한 사슬들이 노란 동아줄로 엮은 난간과 멋들어 지게 어울리는 이 다리는 건널 때 좌우로 흔들어 대는 재미 또한 만만치 않다... ^^
Southernmost Point에는 쌍둥이 전망대가 세워져 있는데 '날씨만 흐리지 않았다면멋진 석양을 볼 수 있었을 텐데'하는 아쉬움을 남기게 했다.
잠시 저만치 싱가폴의 항구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금새 어둠이 덮쳐왔다.
이제는 한가로이 노닥거릴 시간이 없다. 모노레일이 일방통행인 관계로 멀라이언으로 가려면 다시 한 바퀴를 돌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4번째 역인 Cable Car Plaza에 도착했을 때에는, 완전히 어두워진 후였다.
(5번째 역인 Central Beach에서 The Merlion과 가까운 4번째 역까지 오기 위해 6, 7,1,2,3 의 순으로 한 바퀴를 돈 것이다. 날이 어두워질수록 마음은 급해만 지는데, 6번째 역인 SDC Office에 도착할 때쯤엔 플랫홈 입구 바로 10미터쯤에서 공작한 마리가 모노레일이 바로 뒤에 오는 데도 철길 위에서 자리를 내줄 생각을 하지않는 거다. 운전사 역시, 가까이 가면 날아가려니 하고 서서히 속도를 줄이면서 접근을 하는데... 이 녀석 오늘 따라 무지 심심했는지, 날아갈 생각은 안하고 모노레일과 철길 위에서 경주를 벌이기 시작한다. 이렇게 7~8미터를 달리자 급기야모노레일이 멈추었고... 그때서야 놀란 공작이 날아 올랐다... 이크~~ )
이제는 걸음걸이가 급해졌다. 플라워 테라스(Flower Terrace)를 지날 때엔 조명이없으면 발밑도 안 보일 만큼 사방은 칠흑같았다. 멀라이언은 크리스마스 트리마냥온 몸에 둘러쳐진 전구가 깜박깜박 불빛을 반짝거리고 있었다.
센토사를 떠나는 마지막 케이블카는 9시에 있는데, 지금 시간은 거의 8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The Merlion과 Musical Fountain을 다 볼 수 있을까 ?? 불안해졌다... 서둘러 표를 사고, The Merlion으로 들어갔다. (입장료 $3)
[멀라이언 안내 홀로그램, The Merlion 안에서(해적 분장)]
멀라이언의 내부는 입구이자 AV Show를 보여주는 지하 1층(Lower Level 1)과 기념품가게와 출구가 있는 지상 1층(Level 1), 그리고 Mouth Gallery Viewing Deck인 Level 9, 전망대(Observation Deck)인 Level 12... 그리고 그 사이를 연결해 주는Lift Lobby(level 10)으로 구성되어 있다(Lift는 각1층과 Level 10사이를 운행함)
조금은 유치찬란하게 진열해 놓은 해적들의 모조 보물상자며 전시물들을 보면서 Lift를 타러 가는데 처음 눈길이 머문게 바로 위에 사진에서도 보이는 홀로그램이었다. 꼭 동화 속에서 나오는 작은 요정같은 캐렉터가 투사되어져 나와서 이곳의 이야기를 들려준다(사진으로 찍으면 나올까 싶었는데 제대로 나왔음 ^^).
그 다음은 역시 좀 유치하지만, 사진 촬영용으로 만들어둔 해적 분장...
하지만, 뭐니 뭐니해도 The Merlion을 들어가는 주된 이유는 바로 꼭대기에 있는 전망대에 오르기 위함일 거다. 그리고 예상했던 것처럼 전망대와 멀라이언의 입을통해서 본 야경은 단연 최고였다.
이걸 놓치고 갔더라면 억울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싱가폴의 야경과 바로 아래내려다 보이는 Musical Fountain과 Fountain Gardens은 무척 낭만적이었다.
(마침, 저 만치 AirShip(광고용 비행선)이 날아다녀, 싱가폴의 야경과 함께 사진을 찍었는데... 아쉽게도 제대로 인화가 되지 않았음. ㅠ.ㅠ)
[Musical Fountain Show]
The Merlion을 다 돌아 보고 나오니, 시계는 이미 8시25분을 향하고... 고민 되는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만약 Musical Fountain을 본 다면, 모노레일을 타기 위해1번 역으로 가야한다. Cable Car Plaza가 있는 역은 4번... 시간을 맞출 수 있을 지 장담할 수가 없다. '그래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갈 수는 없지! 마지막 케이블카를 놓지면, 아깝긴 하지만 다른 수단을 강구해 볼 밖에...'
일단 마음은 그쪽으로 기울었지만, 아예 포기하지는 않았다. 우선은 서둘러 보기로...
공연 시간을 사전에 체크해 두지 않았는데, 운좋게 Musical Fountain은 밤 8시30분 공연이 있었다. 분수에 도착하자마자... 스피커를 통해 울리는 공연을 알리는안내 멘트... 흐뭇~~ 잠자고 있던 분수의 물줄기들이 힘차게 하늘로 솟아 올름과동시에 세계 각국의 아름다운 민속 음악과 노래들이 연주되었다. 그리고 그 물줄기와 수벽(水壁)으로 투사되는 레이져 광선이 만들어지는 가지각색의 그림들...
분수대를 반원으로 둘러싼 관람석 여기저기에서는 박수 갈채와 함께 와~ 하는 감탄과 탄성이 쏟아져 나오고... 망원 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들을 세워둔 카메라맨들의 셔터 누르는 소리가 급하게 들려온다... 아... 아름답다 !! 어느새 내 가슴 속에서도 환하게 꽃들이 피어난다.
음악 한 곡이 끝나고, 잠깐의 정적 후에 들려오는 멜로디... 라~라라라 라~라라라
'아리랑'이었다...
이국에서 듣는 아름다운 우리 노래... 아리랑...
'그랬구나 !! 그래서 우리 민족은 그렇게도 아리랑을 좋아했던 거구나 !!'하는 생각에 괜히 마음이 뭉클해졌다.
노래가 끝나자, 그 다음 곡들이 이어졌고... 8시 45분이 다 되어갔다. '지금 가면 마지막 케이블카를 탈 수 있을까 ?' 마치 이걸 놓치면 영원히 센토사 섬을 벗어나지 못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어느새 나는 집착에 빠져 있었다.
계속 뒤를 돌아 보며, 1번 역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모노레일이 4번 역에 도착했을 땐... 시계는 거의 9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놓쳤나 ??' 싶었지만...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Cable Car Plaza 쪽으로 내 달렸다. 함께 모노레일에 탔던 사람들 중에는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그나마 안심이 되었고, 희망도 보였던 거다(그 중 한 둘은 여기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아닐까 싶은 생각에...)
다행히 플라자는 거의 셔터를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아직 케이블 카를 타지못한 승객들이 있어 운행은 계속 되고 있었다.
마지막에서 3번째로 케이블카에 오르고서, 마음을 진정시킨 것도 잠시... 이제는 어디서 내릴 것인가를 고민해야 했다. 다시 Mount Faber까지 갈 것인가 아니면 중간에 WTC에서 내릴 것인가 ??
아무리 생각해도 지리도 잘 모르는데, 이 밤에 택시가 자주 다닐 런지, 아닐 런지도 모르는 Mount Faber로 돌아가는 건 어리석은 선택같아 보인다.
'그래... 케이블카도 탈만큼 탔다!' 싶어 WTC에서 내리기로 했다... 내리고 보니 더 이상 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거 있지...
암튼, 조금은 경황없이... 또 조금은 짜릿하게... 싱가폴에서의 첫 번째 여행지였던 센토사 이야기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센토사 홈페이지 : http://www.sentosa.com.sg
[덧말] 이야기가 많이 길어졌군요, 게다가 사진까지... 지금 용량을 계산해 보니 장난이 아니네요. 혹시나 느린 모뎀을 쓰시는 분이 계시다면 죄송하구요, 아무쪼록, 이 글을 읽느라 함께 했던 시간이 즐거우셨기를 바랍니다.
[덧말 2017년 12월] Time flies. 벌써 1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당시에는 모뎀이란 것으로 인터넷을 이용했고,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변한 것은 그 뿐 만이 아니다. 그 동안 센토사섬에는 유니버셜스튜디오가 생겼고, Underwater World는 S.E.A. Aquarium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Indoor Skydiving, Zip Wire, Skywalk 등 새로운 즐길 거리가 많아졌다.
자료를 확인해 보니 코엑스 아쿠아리움이 2000년 5월에 오픈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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