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는 작은 나라지만 아기자기하게 볼거리가 많은 도시들이 여기 저기에 산재해 있다.
[Chapel Bridge를 배경으로...]
베른도 물론 재미있고 아름다운 도시이지만, 그저 그럴 것도 같은 루체른을 인상깊게 하는 장소가 하나 있어 소개하고 싶다. 그곳은 다름 아닌 루체른 빙하 정원... 정원이라고 하기 보다는 박물관이라고 해야 옳을 듯도 싶은데... 어쨌든 거기 명칭이 그런 관계로 명칭대로 부르자...
빙하정원 홈페이지 : https://www.gletschergarten.ch/en/
관련 사진들이나 영상이 올려져 있으니, 방문해 보면 참고가 될 것임
이 빙하정원은 빙하 작용에 대해서 알기 쉽게... 그리고 호기심을 자극하게끔 꾸며져 있다. 주변에 배치되어 있는 구조물들도 재미나고, 특히나 빼 먹으면 후회할 지도 모를 것이 하나 있는데... 그건 다름 아닌.. 거울로 된 미로의 방이다.
우선 차근차근 하나씩 하나씩...
이 정원의 외부엔, 돌로 된 웅덩이 같은 것이 하나 보이고, 그 안에는 둥그런 바위가 하나 들어가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이게 뭘까...? 왜 이걸 여기에 둔 걸까...? 빙하정원이랑 이거랑 무슨 상관이 있길래...? 그냥... 조형물인가...?
이런 의문을 가지는 것에서 부터 빙하의 작용에 대한 이해가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내부에 있는 미니어쳐들과 기타 자료들을 보면서 아까 그 구조물처럼 보이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지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그걸 보면... 물의 힘이란 것이 얼마나 엄청난지 모르겠다. 그 큰 돌덩이를 공기돌 다루 듯이 하는 물의 양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에 비해서는 너무나 적은 것이기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나의 무지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한다.
박물관 내부에는 옛날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 인간의 역사(?)... 문명의 개벽, 싸움.. 싸움... 전쟁... 등등의 모습들을 담은 미니어쳐들을 볼 수 있다.
그냥 무심코 보자면 그런가 보다.. 꼭 잘 만든 레고나 프라모델 같게만 보이겠지만.. 그 안에는 그 당시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나 생각의 한계가 들어가 있다.
그리고 현대를 사는 우리가 얼마나 영악해져 있는 지도...
암튼 박물관을 나와서 그냥 다음 행선지로 향한다면... 당신은 아까운.. 정말 아까운 기회를 하나 놓치게 되는 거다. 물론 나도 놓칠 뻔 했지만... 어디선가 나이 지긋한 아저씨(?).. 이젠 완전히 할아버지가 되셨겠지만..가 나타나셔서는 나와 내 친구를 안내해 준 곳이 바로 미로의 방...
거울의 배치가 오묘조묘해서... 1/4 이 전체를 대신하고, 내 오른쪽에 있는 친구가 내 앞에... 아니... 뒤에... 아니... 왼쪽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만든다.
사람의 눈이란 것이... 오감이란 것이 얼마나 속기 쉽고... 속이기 쉬운 것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는 듯이, 거울은 순간 순간마다... 나의 판단이 옳지 않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 여긴가 싶으면 거울이... 저긴가 싶으면 또 거울이... 결국, 중간 중간에 그 아저씨가 거울을 열고 나타나서는 길을 안내해 주시는데...
정말 색다른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신기하다는 오락성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물을 보고, 무언가에 대한 판단을 내리게 될 때... 쉽게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오류들에 대한 교훈을 주는 곳이라는 생각에, 4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곳이다.
보는 그 순간 보다... 보고 나서... 시간이 지날 수록 기억에 남는 곳...
루체른 빙하 정원......
[The dying Lion of Luzern]
참... 그 옆에는 가이드북마다 스위스 하면 나오는 사진의 주인공인 ' 지친 사자의 상 (Lion Monument) '이 있다.
여행이 주는 여러가지 매력 중에 하나는, 여행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혹적이지만,
내가 가지고 있던 사고의 한계를 뛰어 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행운과 조우할 가능성에 보다 많이 노출된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글은 개인 홈페이지(http://www.geoever.com)에 올려 놓은 1993년 12월 1일부터 1994년 1월 8일까지의 배낭여행 이야기를 옮겨 놓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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