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필리핀

필리핀, 마닐라(Manila)에서 민도로섬(Puerto Galera)으로...그리고 Tribal Hills Mountain Resort

engbug 2024. 9. 14. 19:13

Tribal Hills Mountain Resort의 모습

 

 

어릴 적부터 갯벌로 인해 탁한 서해바다를 보고 자라서 그런지, 에메랄드빛 투명한 바다에 많이 끌린다.

 

그래서 태국의 피피섬(Ko PhiPhi)에서 처음 스노클링을 했을 때도 감격을 했었다. 이런 세계도 있구나!!

 

이번에 필리핀을 여행지로 정하면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마닐라에서 멀지 않은 민도로섬의 바다가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이곳에 2~3일간을 할애하기로 했다. 

 

여행을 계획하면서 사람들과 유흥문화가 상대적으로 많은 Sabang Beach 보다는 White Beach 쪽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이들과 같이 가다 보니 1박 정도는 정해 놓는 것이 안정적이라서 White Beach 해변에서 조금 벗어나 있지만 Agoda에서 평점이 높고 이용객들의 후기가 좋은 Tribal Hills Mountain Resort를 예약했다.

 

1박을 예약한 후, Tribal Hills Mountain Resort 홈페이지에 방문해서 이메일로 현지에서 즐길 수 있는 활동과 2~3일 숙박을 연장할 경우의 조건을 문의했는데,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첫 느낌이 좋다!   

 

 

 

전날 밤늦게 마닐라에 도착한 탓에 다음 날은 느긋하게 일어나 아침을 먹고, 민도로섬으로 가는 배를 탈 수 있는 항구도시인 바탕가스(Batangas)로 향했다.

 

위의 지도에 표시한 것처럼 마닐라 파사이(Pasay City)의 브엔디아(Buendia)에 있는 JAM Liner Terminal로 택시를 타고 갔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버스회사 직원에게 바탕가스항(Batangas Port)으로 간다고 하니, 마침 길가에 서 있는 버스를 가리키며 타라고 한다. 이곳에서는 터미널에서 따로 표를 구매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에 버스나 기차를 타면 안내원이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안내원이 버스표에 구멍을 뚫는 펀치(Punch)를 가지고 다니면서 승객들이 가는 목적지에 따라 승차권을 끊어 주고 돈을 받는다.

 

브엔디아터미널에서 바탕가스까지 가는 버스요금은 167페소, 시간은 대략 2시간이 안 걸린 것 같다.

바탕가스항으로 가기 전에 바탕가스터미널에서 한번 정차하고, 중간에 내리는 사람이 있을 경우에 잠깐씩 멈추는데....

안내원이나 다른 승객들에게 물어보거나, 아니면 그냥 종점에서 내리면 된다.

 

바탕가스항의 모습과 방카 보트를 타고 가는 가는 여정

 

바탕가스항에 도착해서 버스에서 내려, 여객터미널2 에서 여객터미널3으로 갔다.

 

이곳에는 White Beach로 가는 여러 선박회사가 있는데, 그중 하나인 Father & Son Lines에서 275페소를 주고 White Beach행 방카 보트(Banka Boat) 표를 샀다. 배를 타러 터미널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30페소를 주고 터미널 이용료 티켓도 사야 한다.   

 

배가 그렇게 큰 편이 아니라서, 바다가 잔잔하지 않은 경우에는 출렁임이 있다.

뱃멀미를 하는 사람이라면... 미리 멀미약을 먹어두는 것이 좋다.

 

배가 1시간 30여분을 항해하면 민도로섬의 사방비치(Sabang Beach)에 닿는다.

 

화이트비치는 그다음 목적지라서 배에 머물면서 주변의 모습을 둘러보았다.  저 멀리 멋진 건물이 눈에 들어와 사진으로 담아 본다. 이곳을 목적지로 하는 승객들을 모두 내린 후, 배는 왔던 길을 돌아가 White Beach로 향했다. 그렇게 20여분이 지난 후에 우리는 드디어 White Beach에 도착했다.

 

White Beach에는 별도로 부두가 없다. 배는 그대로 해안에 정박하는데, 그곳에는 천막이 하나 세워져 있고, 로프로 구역을 구분해 두었는데, 그 이유는 섬에 입도한 사람들에게 50페소의 환경부담금을 부과하기 위함이다.

 

화이트 비치와 해변의 모습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씩 기념 촬영을 하는 간판.... 노란색 글씨와 빨간 하트 모양이 잘 어울린다.

 

마닐라에서 이곳에 도착할 때까지 따로 식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들이 몹시 허기를 느꼈다.

 

인터넷에서 봤던 여러 글들에서 이곳 White Beach의 외곽 쪽에 있는 이탈리안 식당의 음식이 맛있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무거운 짐을 끌고 3~400미터를 걸었다. White Beach의 좌측 끄트머리엔 정말 이탈리안 식당이 있었다. 그것도 2개나...

 

둘 중 어느 곳을 갈까 하다가, 2개의 식당 중 이탈리아 사람으로 보이는 서양 요리사의 사진이 걸려 있는 첫 번째 식당을 선택했다. 오늘 아침을 Chowking이라는 패스트푸드점에서 해결한 터라서, 우리에겐 이곳에서의 식사가 필리핀에 와서 제대로 조리된 첫 번째 음식이었고 인터넷에서의 평이 좋았기 때문에 내심 기대를 하며 음식이 나올 때까지 참고 기다렸다. 

 



점심시간이 지나서 인지, 가게에는 우리 밖에 손님이 없었다. 우린 피자와 파스타 2개를 주문했는데... 30여분이 지난 후에 음식이 나왔다. 드디어, 한 입...  하지만, 식당까지 오고 가는 노고와 음식이 나올 때까지 기다림의 시간들... 그리고 우리의 기대는 여실히 무너지고 말았다. 간은 너무 짜고, 가격 대비 맛은 정말이지 최악이었다. (이를 통해 얻은 것이라곤.... '다시는 이 식당에 오지 않으리라.' 정도...)

 

참고로, 우리의 나머지 여정 동안 다녔던 필리핀 현지 식당에서 먹은 음식들은 대부분이 우리 입맛에는 많이 짰다.

 

식당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모습은 그다지 투명하거나 깨끗하지 않았다. 날씨의 영향으로 보이는데,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사람들도 많지 않다.

 

어쨌든 식사를 마치고 Tribal Hills Mountain Resort로 가기 위해 다시 3~400미터의 길을 되돌아 갔다.

 

도중에 혹시 몰라서 주변의 숙소들을 들러 보았는데, 혹시나 Tribal Hills Mountain Resort가 꽝이면 이곳으로 나오는 것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다행히도 숙소는 너무 마음에 들었고, 그래서 나중에 이틀을 연장했다.

 

 

Tribal Hills Mountain Resort의 단점이라고 하면 접근성이 안 좋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화이트비치에서 차량으로 5분 정도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름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언덕(그것도 SUV가 아니면 오르기 힘든 급경사) 위에 있기 때문에 트라이시클로는 그 언덕을 오를 수 없어서 초입까지만 갈 수 있다.

 

하지만, 리조트에서는 밤 10시까지는 언제든 무료로 화이트비치까지의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홈페이지에서는 셔틀 운행 시간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안내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원하면 언제든 차편을 제공해 줌) 있고, 특히나 처음 올 때와 갈 때는 선착장까지 교통편을 무료로 제공해 주기 때문에 접근성 부분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침에 주변을 산책하면서 사진을 찍어 보았는데, 리조트 초입의 급경사가 제대로 나타나는지 모르겠다.

이 길을 타를 타고 오고 갈 때마다 마치 놀이동산에서 롤러코스트를 타는 기분이 들었다.

 

이곳은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공기도 좋고, 인공의 소음도 적다.

정말 말 그대로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 하겠다.

 

이곳은 외국인(국적을 따로 묻지는 않음)이 소유하고 있는데, 넉넉한 몸집의 60대로 보이는 주인이 리조트 옆의 건물에 살고 있다. 근무하는 직원들은 모두 친절하고, 문의사항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자 한다.

 

직원의 말로는 사장은 자신을 Boss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대신 Utility Boy로 부르라고 한다고 했다. 그도 건설업을 종사했었고, 그의 자녀들이 건축 설계 등 관련 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곳 리조트는 그들 가족들이 직접 설계하고 건축을 했다고 한다. 조경까지도... 

 

위에 사진에서 보면 사륜바이크가 주차한 1층 뒤편이 사무실이고, 2층이 식당이다.

 

Pork Kaldereta, Pork Sinigang, Vegetable Omelette

 

사람들이 친절하고 좋아서 이곳에서 식사를 주로 했는데, 메뉴 중에서 개인적으로는 Pork Sinigang(시니강)을 추천한다.
태국의 톰얌(Tom Yam), 말레이시아의 락사(Laksa)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시니강(Sinigang)을 맛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필리핀  현지 메뉴 중에 아도보(Adobo)도 추천할 만하다. 아이들의 경우는 치킨 샌드위치(Chicken Sandwich)를 맛있어했다.

이곳에서도 피자를 먹었는데, White Beach의 그것보다 훨씬 맛이 좋았다. 다만 주문을 하면 피자를 만드는데 45분 정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원하는 식사 시간에 맞춰서 미리 주문을 할 필요가 있다.

이곳에 머물면서 좋았던 것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건....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긴 하지만... 장수풍뎅이를 잡았다는 거다. 나는 어릴 적에 한 번도 장수풍뎅이를 잡은 적이 없었다.

물론 우리 아이들이 좋아해서 몇 년 전에 장수풍뎅이를 키우면서 부화도 시켜 봤지만, 자연에서 잡는 건 다른 이야기다.

그런데, 첫날 아침에 혼자 일찍 일어나 주변을 거닐다 보니, 눈 앞에 장수풍뎅이가 보이는 것이다.
이 곳 리조트에 머무는 동안에 아침마다 이 녀석과 인사를 나눈 것도 소소한 즐거움 중에 하나였다.

 

수영장의 모습

 

이곳의 수영장은 손님이 많지 않은 탓에 거의 우리 아이들만 이용을 했지만...

늘 수질 관리를 하고, 이용객이 없어도 수영장 옆에 마련된 바에 잔잔한 팝송을 틀어 놓아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기기에 좋았다.

수심은 약 70cm에서 깊은 곳은 2미터 정도로 되어 있어서, 어른들도 수영을 하기에 불편함이 없다.
하지만, 별도로 안전요원이 있는 것은 아니니... 수영을 못하는 어린이들이라면 주변에 어른들이 항상 함께 있어야 하겠다.

 

이른 아침이면, 안개가 지나는 이곳의 풍경이 근사했다.

 

Tribal Hills Mountain Resort는 시간이 지난 후에도 기억될 만한 곳이고, 나중에 다시 가 보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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