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도하에 있는 Hamad International Airport (약칭 HIA)은 중동지역의 대표적인 허브 공항중 하나다. 많은 사람들이 2022년 Doha 월드컵을 통해서 카타르를 소개하는 영상을 볼 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HIA 이야기가 나오면 단골로 등장하는 노란색 Lamp Bear가 공항의 아이콘처럼 되었다. 높이 7미터의 이 거대한 테디 베어(Teddy Bear)는 스위스의 세계적인 조각가인 Urs Fischer의 작품이다. Lamp Bear는 카타르 왕실이 크리스티나 경매장에서 6백80만 달러에 낙찰을 받아 공항에 전시한 것이라고 한다.
당시는 2022년 Qatar 월드컵 준비가 한창이던 때라서 공항에도 월드컵 분위기가 가득했고, 여기 저기 이벤트 준비로 활기가 넘쳤다.
공항 내에는 Gate AB와 DE 사이를 운행하는 여객용 열차(Tram 내지 Passenger Train)가 있는데, 운행거리는 772미터로 2015년 봄부터 운행을 하고 있다. 만약, 2022년에도 이 여객용 열차만 타고 다녔다면, 나는 오늘 소개할 이 조형물에 대해서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를 십중팔구 놓치고 말았을지 모른다.
HIA에는 꽤 많은 조형물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 나의 마음을 가장 사로잡은 것은 바로 Tom Otterness의 "Other Worlds"이다.
2016년에 처음 HIA에 내렸을 때에는 그의 작품 중 하나만 보고, 아이들의 놀이기구치고는 너무 고급스럽고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석유로 쌓은 부(副)를 흥청망청 쓰고 있다는 오해도 했었다.
그때는 공항을 충분히 둘러볼 기회가 없었고, 해당 조형물이 작품이라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2022년에 HIA를 천천히 둘러볼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 이곳 저곳을 걸어 다니다 보니, 2016년에 보았던 놀이기구와 비슷한 것이 다른 장소에서도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관심을 가지고 조형물을 소개하는 표지를 보고서야 나의 오해가 애정으로 바뀌게 되었다.
Tom Otterness의 "Other Worlds"는 미국의 현대 조각가인 Tom Otterness가 제작한 조형물로, 총 8개의 상호작용형 청동 조각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 개의 장소에 걸쳐 전시되어 있다.
조각들은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즐기듯이 놀이와 상호작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다양한 조각들이 아이들의 신체와 비교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으며, 미끄럼틀이나 앉을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아이들이 자유롭게 탐색하고 즐길 수 있다. Tom Otterness는 이 작품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건축적 공간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으며, 작은 청동 인물들이 거대한 조각 위를 오르는 모습은 아이들에게 크고 작은 세계를 체험하게 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하여 "나는 이 놀이터를 아이들을 위한 일종의 건축물로 본다. 한편으로는 머리 안을 기어 다니며 아이들이 매우 작게 느껴지길 바라며, 동시에 이 작은 청동 조각들이 거대한 조각을 기어오르는 모습을 보며 그들이 매우 크게 느끼길 바란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즉, 작품명과 작가의 설명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작가는 어린이들이 세상을 다각도로 볼 수 있는 사고를 갖게 하고자 한 것이다.
처음에는 사진 속에 보이는 저 작은 녀석들이 내 눈에 띄지 않았고, 뭔가 돌출되어 있는 것 같아서 가까이 들여다 보고, 하나 하나 숨바꼭질하듯 찾아가면서 공항 내 3곳에 분산되어 설치되어 있는 이 작품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결국 작가는 어린이들에게 뿐 아니라, 어른인 나에게도 또 다른 세상을 보는 기회를 준 것이다.
Tom Otterness는 1952년 미국에서 태어나 현재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각가다. 그의 작품은 New York subway stations and Battery Park, Museum of Modern Art and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Walker Art Center (Minneapolis), The Museum of New Art (Tasmania) 등에서 볼 수 있다.
위에서 본 것들 외에도 HIA에는 이런 저런 구경거리들이 많이 있어서,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천천히 걸으면서 둘러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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