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에티오피아에 머물렀던 시간이 그리 오래는 아니었기 때문에, 문화가 어떠니 사람들이 어떠니 하는 것은 주제넘은 짓일 것이다.
그래도 내가 느꼈던 소감을 감히 꺼내 놓자면...
우선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정이 많다.
힘들 때마다 함께 해 준 동료들, 물론 그 중에는 간혹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긴 하지만, 마주칠 때 마다 따뜻한 미소로 지친 일상에 작은 위안이 되어 주었던 일들이 생생하다.
그리고, 이들은 자존심이 무척 세다. 그래서 인지 강압적으로 명령하거나 강요를 해서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충분히 대화를 하고 합리적인 이유와 근거를 가지고 설득을 해야 한다.
처음에는 우리를 적대시(?) 했던 에티오피아 사람들 중에서 여러 차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전후사정을 설명하자, 나중에는 우리를 위해서 다른 에티오피아 동료들을 설득해 주었던 경우도 있었다.
서로 살아온 방식이 다르고, 처한 상황도 다르다 보니... 이러한 노력과 대화가 서로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거쳐야 할 과정일 것이다.
반면, 이건 자존심의 문제는 아닌 것 같지만... 명백하게 자기가 잘못한 경우에도 당장 눈앞에서는 이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는 어쩌면 에티오피아 사람들의 특징이 아니라, 개개인의 성향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기야, 우리나라에서도 자칭 보수라고 하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행태를 보면 민족이나 국가의 문제가 아닌 것이 맞는 듯 하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재주가 참 많은데, 그 중에서도 언어 능력이 탁월하다.
이들은 주요 언어인 '암하릭(Amharic, 에티오피아에는 90여개의 언어가 사용된다고 하는데, 그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언어임)'은 기본이라고 치고, 대학 이상의 교육을 받은 경우에는 영어를 꽤 잘하고... 한류를 좋아하는 친구들의 경우에는 독학으로 한국어를 배워서 수준급으로 구사한다. 그리고 한국과는 혈맹이라는 특별한 관계로 인해, 에티오피아 최고의 대학이라고 하는 아디스아바바 대학의 경우에는 한국어 강좌가 개설되어 있다고 한다.
한번은 tvN에서 인기를 끈 프로그램 중 '알쓸신잡' 춘천 편에서... 에티오피아 참전기념관에 방문한 에티오피아 참전 용사들을 만난 장면이 있었는데 그때 통역을 맡았던 젊은 에티오피아 여성이 눈에 익어서 자세히 보았더니, 나와 함께 일했던 동료 중 한 명인 '두레띠(Dureti)'였다. 이를 계기로 우리는 오랫만에 Messenger를 통해 서로의 안부를 전할 수 있었다.
이곳의 주식 중에 하나는 '인제라(Injera, '인젤라'라고 발음해도 대부분 알아 듣었던 것 같다)'라고 하는 얼핏 보기엔 인도의 로띠(Roti)와 비슷해 보이지만, 훨씬 다양한 방식으로 먹는 음식이다.
인제라 관련 위키 : https://en.wikipedia.org/wiki/Injera
처음엔 서로를 잘 몰랐다가, 조금씩 얼굴도 마음도 알아 감에 따라... 함께 인제라를 나눠 먹었던 기억이 난다.
고급스러운 장소도... 화려한 음식도 아니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쉬는 휴일에 함께 나와 일하며 나누었던 음식이라 내게는 에티오피아에서의 식사 중 가장 근사한 것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는가 보다는.... 누구와, 어떻게, 왜 했는가가 내게는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이곳에서도 요즘 짓는 건물은 대부분 시멘트와 벽돌을 이용해서 지어진다.
예전에 홍콩의 신축 공사 현장에 설치된 '비계(Scaffolding)'의 자재가 대나무인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었는데(중국이 대나무가 흔하고, 비계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다면 당연한 것인데... 그 때는 대나무로 비계를 만드는 것이 낯설었으니...), 에티오피아에서는 위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저 정도 굵기의 나무가 흔한 것 같다. 건축 현장에서 활용되는 경우를 자주 보았다.
자연스러운 건축이란... 그 땅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해서, 주변과 잘 어울어지고, 주어진 환경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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