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우리 지오야, 고운아...
오늘은 아빠가 에티오피아에 와서 처음으로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쉰 일요일이었다. 아침에 출근길에 저만치 보이는 사원 하나가 근사해 보여서, 나중에 시간이 되면 한 번 가 봐야지 하기를 3개월이 다 되어 갔는데... 오늘 아침밥을 먹고, 드디어 길을 나섰다.
너희도 사진으로나마, 아빠와 함께 가 볼래 ?
아빠의 숙소는 에티오피아의 수도인 아디스 아바바(Addis Ababa) 중에서도 '고로(Goro)'라는 곳에 있단다.
위의 사진들은 이곳에 있는 고로초등학교인데, 우연히 낮에 이곳을 지나다 보면... 우리 지오와 고운이 또래 아이들이 보여서, 그때마다 아빠는 너희들을 떠올리곤 한단다. 저녁에는 어른들이 이 학교를 이용하는데,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한 사람들이 야학을 하는 것 같다.
학교 담벼락에 쓰여 있는 영어 문구는 "교육을 받을 권리는 모든 이들에게 기본적인 인권이다."
"교육은 당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라고 쓰여 있다.
저 글귀처럼... 모든 것은 배움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너희도 마음으로 새겨 두었으면 좋겠구나.
학교 담장 너머 저 멀리, 오늘 갈 사원(Gerji Kidus Giyorgis Church)이 보인다.
담벼락에 있는 표어 중간에 작게 보이지?? 오른쪽 사진에서 보면 멀리 사원으로 가는 중간에 마을의 모습이 담겨 있다.
사원 밑으로 보이는 건물들은 이곳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모여 사는 빈민촌이다.
이곳은 집집마다 수도가 없어서, 위에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물통에 물을 받아 생활을 한다. 그리고, 마을 한 복판으로는 악취가 심한 생활 폐수가 흐르는 물가가 있단다.
아빠가 굳이 이 사진을 함께 보내는 이유는... 너희가 세상의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을 함께 보고,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너희가 나중에 커서 어른이 되었을 때... 세상에는 어려운 사람, 우리가 배려해 줘야 할 사람들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그리고, 그들이 좀 더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
빈민촌을 지나니, 저만치 사원이 가까이 보인다. 사진 아래쪽으로 아빠의 그림자가 보이니??
아마 이 마을에는 나 같은 외국인이 오는 경우가 드문가 보다.
아이들이건 어른이건 나를 보고, 말을 걸어와서...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악수를 하며 마을을 지났다.
에티오피아인들의 대부분은 에티오피아 정교(Orthodox)를 믿는다.
나중에 인터넷을 찾아보면 좋겠지만... 천주교나 기독교와 뿌리는 같지만, 조금은 차이가 있는데 아빠도 자세히는 알지 못한다.
이곳 교회는 아빠의 예상과는 달리 그렇게 유서 깊은 곳은 아니고, 2012년경 지어졌나 보다. 교회가 넓지 않아서 인지, 교회 밖에서 사람들이 저마다 기도를 드리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무언가 간절히 기도하는 그들을 보고 있노라니, 아빠도 괜히 마음이 숙연해졌다.
교회 안에는 예수의 고난과 최후의 만찬 등을 그린 벽화를 볼 수 있다.
기대했던 것보다 훌륭하지는 않지만... 세상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여서, 아빠는 그런대로 만족스러웠단다.
교회 옆으로 Gerji 초등학교가 있는데... 주변엔 작은 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지오와 고운이가 다니는 청량초등학교 주변으로도 저렇게 말이 끄는 마차가 다니고, 염소가 한가롭게 돌아다닌다면 어떻겠니??
아마 친구들이 구경을 하려고 몰려들어서 소란이 벌어지겠지??
이곳에는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재봉틀을 밖에 놓고 옷을 수선하는 사람들이 많단다.
우측 사진은 누군가가 만든 손수레인데... 부족한 자원을 가지고, 필요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그의 아이디어와 노고가 아빠의 마음을 끌어서 사진으로 담아 보았단다.
돌아오는 길에 이슬람 사원도 한 곳 들렸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 메일에서 더 하기로 하자.
오늘 아빠와 함께 한 1~2 시간의 동네 산책... 어땠니??
엄마, 그리고 너희와 함께 하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늘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더 멋진 미래를 기약해 보자!
사랑한다!!
멀리 아프리카에서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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