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이면서도 급물살을 타고 진행되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모드가 최근 이상 기류를 보이고 있다.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John Bolton이라는 이상한(?) 작자가 나타나서는 북한의 비핵화가 '리비아식 모델Libya model)'를 따라야 하고, 비핵화가 완료되기 전에는 어떠한 지원도 안 된다는 식의 헛소리를 떠들고 다닌다는 점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지난 11일부터 2주간 실시되는 한미 공군 연합 훈련인 'Max Thunder'에 스텔스기인 F-22까지 포함되면서 훈련규모가 커졌다는 것이다.
내가 북한의 입장을 두둔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상황들에 전 세계의 관심과 이목을 더 집중시키고, 판을 키워서 업적을 근사하게 포장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위의 두 가지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내용들이 아닐 수 없다.
우선, 북한은 백기 투항을 하려고 협상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 고통을 감내하면서 핵무기와 ICBM을 완성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적어도 같은 테이블에서 어깨펴고 마주 대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고, 그것이 바로 핵무기와 ICBM이었으리라.
그리고, 지금과 같은 상황으로는 북한도 계속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비핵화를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대신 북미 수교가 되었든, 경제 원조가 되었든... 북한도 발전하고 잘 살 수 있게 도와달라는 것이다.
그러면, 미국의 입장에서도 동네 꼬마가 핵무기 몇 개 있다고 까부는데 쩔쩔매는 모양새를 보이는 정도는 체면이 안 서겠지만...
적어도 북한과 대화를 통해서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면, 북한의 면을 구기는 말이나 행동을 하면 안 되는 것이다.
자존심은 가진 자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없는 사람들에게 자존심은 때론 그들을 지탱해 주는 전부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John Bolton이 말하는 리비아식 모델이란 것이... 결국 카다피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것으로 끝난 걸 전세계인들이 다 아는데... 그걸 북한한테 들이밀면 북한에서 "아이고 고맙습니다. 그럼요. 그래야죠" 하겠는가 말이다.
또, 북한에서 그 동안 해 왔던 한미 군사훈련을 계속 하는 걸 인정했다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화해 분위기가 조성된 상황에서는 알아서 미루거나, 규모를 줄여서 하는 것이 센스 있는 행동인데... 이건 협상을 목전에 두고서 자신들의 세를 과시하는 양하면 북한에서는 내부의 반대 세력들에게 뭐라 하겠는가??
미국은 우리만큼 절실하지도 아쉽지도 않을 지 모르겠지만... 잘 되어 가는 밥에 재를 뿌리고 나서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그래서, 제발 이번에는 남북이 평화선언을 하고, 더 이상 동족간에 불필요한 무력 충돌의 걱정없이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강도 있고, 산도 있겠지만... 더 이상 헛발질 하지 말고, 슬기롭게 잘 헤쳐 나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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