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유적을 다녀 온지 수 년이 지났고, 다른 유적지들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정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앙코르 유적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앙코르 와트에 대해서는 손을 대지 못했다. 


가장 많은 사진을 담았고, 가장 많은 이야기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물론 사진 몇 장... 관련 책자나 다큐멘터리에서 접했던 이야기 몇 가지를 가지고 마무리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정리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렇게 홈페이지나 블로그 같은 공간에 여행 후기를 남기는 것이 무슨 대단한 의미를 부여할 것도 아니긴 하지만, 그렇게 하는 건 가치 없는 일을 더욱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내 나름의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암튼, 서론이 길어지면서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는 것 같아서, 얼른 본론으로 들어가면...



앙코르 와트의 유적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부조들은 조각 자체로도 훌륭한 작품이겠지만, 각각의 스토리를 담고 있다.


그런데, 예술적인 조예가 없는 나로서는 이들 부조의 완성도나 예술성보다는 그것이 담아내고 있는 이야기에 더 관심이 갔고, 그래서 앙코르 와트를 정리할 때 그 내용들을 담고 싶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시작을 '우유의 바다 휘젓기(The churning of the ocean of milk)'로 하고자 한다.



'우유의 바다 휘젓기' 부조는 동쪽 갤러리(E Gallery)의 남단(S Wing)에 자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관광객들이 앙코르 유적의 서쪽 다리를 통해서 입장하는 것에 비해, 우리는 Sok Chea씨의 권유대로 동쪽을 통해서 입장하였기 때문에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부조이자, 이미 앙코르 톰의 입구에서도 몇 차례 접한 적이 있어서 낯설지 않았다.


[우유의 바다 휘젓기는 앙코르 와트의 동쪽 갤러리, 남단에 부조로 새겨져 있다]


부조의 길이는 49미터. 다른 앙코르 와트의 부조들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주제를 표현하는 것으로는 상당히 대작이라 아니할 수 없다.


지금도 큰 차이는 없지만, 앙코르 유적을 보기 전까지는 힌두 신화에 대해서 거의 아는 바가 없었는데, 알아 가다보니 재미있다.



힌두신화에서도 선과 악의 대결이 있는데... 바로 데바(Deva)와 아수라(Asura)의 대결이 그것이다.


선한 신인 데바{Deva, 이들은 불사불멸의 단계가 아닌 반신반인(Demigod)이라고 함}와 악의 신인 아수라(Asura, 이들도 불사불멸의 단계가 아님)가 세상에 대한 주도권 다툼을 치열하게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데바가 열세로 몰리게 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만다. 데바의 왕인 인드라(Indra)가 코끼리를 타고 가던 중에 우연히 '듀르바사(Duvasa)'라는 현자를 만나게 되는데, 현자는 그에게 '산타나카(Santanaka)'라는 신성한 화환을 준다. 인드라는 그 화환을 받아서 코끼리 코에 걸었는데, 그 꽃향기에 자극을 받은 코끼리가 그 화환을 땅바닥에 떨어뜨리고 만다. 이에 화가 난 듀르바사가 인드라를 저주해 행운을 잃게 되고, 그로 인해 데바들은 힘이 줄어들게 되고 만 것이다.


이로서 팽팽하던 힘의 균형은 급격하게 아수라쪽으로 기울고 만다. 점점 수세에 몰리게 된 데바들은 '발리(King Bali, 아수라들의 왕)'가 이끄는 아수라들에게 연전 연패를 한 끝에 그들의 왕국도 잃고 도망다니는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이에 인드라는 '비슈누(Vishnu, 힌두교의 3대 신 - 창조신 Brahma, 파괴신 Shiva, 보존신 Vishnu - 중 하나)'에게 가서 도움을 청하게 된다. 이 때 비슈누는 인드라에게 아수라들을 꼬셔서 우유의 바다를 함께 휘저어 그 속에 있는 영생수(永生水)인 '암리타(Amrita)'를 찾으라고 한다. 우유의 바다를 휘젓기 위해서는 데바나 아수라 어느 한 쪽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었는데, 불사불멸의 단계가 아닌 이들 모두에게는 '암리타'를 얻어서 불멸의 존재가 되는 것이 숙원이었으리라. 


이윽고, 인두라는 '암리타'를 얻게 되면 똑같이 나누기로 하는 조건으로 아수라들을 설득하는데 성공한다. 

(물론, 인두라는 '암리타'를 얻으면 그걸 아수라들과 나눌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만약 똑같이 나누어 같은 능력을 가지게 되면, 그 동안의 열세를 만회할 수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비슈누도 그에 대한 안배를 이미 해 둔 터이기도 하고...)


이렇게 우유의 바다를 젓기 위한 인적자원은 마련했으니... 나머지는 젓기 위한 장비와 기술적인 문제가 남은 셈이었다.


데바들은 '만다라산(Mount Mandarachala)'를 휘젓는 막대로 삼기로 하고, 아수라들의 도움을 받아서 만다라산을 뽑아 옮긴다. 그리고 만다라산을 감싼 후에 데바들과 아수라들이 양쪽에서 밀고 당겨서 만다라산을 돌릴 수 있는 줄(rope) 역할을 할 것이 필요했는데 이를 위해 뱀의 왕인 '나가 바수키(Naga Vasuki)'를 데려온다. 


이 때 비슈누는 또 한번 데바들을 돕는데, 그건 바로 바수키의 어느 쪽을 잡고 당길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비슈누는 데바들에게 아수라가 머리쪽을 잡고, 데바들은 꼬리쪽을 잡도록 하라고 한다. 이유인 즉, 양쪽에서 잡아 끌고 당기는 사이에 바수키의 입에서 독이 뿜어져 나오기 때문이다. 


아수라들은 어수룩하게도 다시 한번 데바들의 말에 속아서 바수키의 머리쪽을 잡고 휘젓기를 시작하게 된다. 


그런데 휘젓기를 시작하자 마자, 밑에 받치는 지지대가 전혀 없던 만다라산이 가라앉기 시작했고, 이에 비슈누가 '쿠르마(Kurma)'라는 커다란 거북이의 모습으로 나타나 만다라산을 떠받쳐서 우유의 바다 휘젓기를 가능하게 도와준다. 


드디어 휘젓기가 시작되고, 궁극의 목적인 암리타가 나오기 전에 여러가지 다른 부산물(?)들이 나오게 된다.


그 중에는 나중에 비슈누의 아내가 되는 행운과 풍요의 여신 '락쉬미(Lakshmi)', 천상의 무희인 '압사라(Apsara, 데바들이 취함)', 술의 여신 '바루니(Varuni, 아수라들이 챙김)', 소원을 들어주는 신성한 소인 '카마헤누(Kamadhenu, 비슈누가 취함)', '아이라바타(Airavata, 상아가 10개, 코가 5개 달렸다는 순백의 코끼리, 데바가 취함)', '우차이쉬라바스(Uchchaishshravas, 머리가 7개 달린 천마, 아수라가 챙김)' 등이 나왔다.


한참 우유의 바다 휘젓기가 진행되는 중에 '하라하라(Halahala)'라고 하는 치명적인 독이 나왔는데(어느 이야기에서는 하라하라가 바수키의 입에서 나왔다고도 함), 이로 인해 세상이 중독되고 파멸될 위험에 처하자 비슈누의 조언에 따라 데바들이 '시바(Shiva)'에게 도움을 청했고, 시바는 이 독을 삼겼는데, 그 독으로 인해 시바를 잃게 될까 두려웠던 그의 아내 '파르바티(Parvati)'가 독이 시바의 몸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았다. 그리고 이로 인해 시바의 목 안에 남은 독 때문에 시바의 목이 파란색으로 변했다고 한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암리타를 가지고 신의(神醫) '단반타리(Dhanvantari)'가 나타났는데, 데바들은 아수라들 몰래 암리타를 빼 돌려서 독식하고자 했고, 뒤늦게 아수라들이 눈치를 챘지만 이미 때는 늦어 버린 뒤였다. 




참고한 사이트 :


https://indianstorytime.wordpress.com/indian-story-time/the-churning-of-the-ocean-of-milk/

http://www.nddb.coop/ccnddb/ocean-milk



바수키의 머리 부분을 잡고 밀고 당기기를 하고 있는 라바나(Ravana)


바수키의 꼬리를 잡고 수그리바(Sugriva)



자료를 찾고, 내용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풀리지 않은 몇 가지 의문과 함께 마저 정리하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의문 중에서 답을 찾은 부분도 함께 남겨 둔다(혹시 남은 의문들에 대한 답을 알고 계신 분이 있다면 알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비슈누가 아수라들이 나가의 머리쪽을 잡고 당기도록 어떤 트릭을 쓴 것인가?



바로 위에 있는 부조의 사진에서 보이는 아수라 라인의 중간쭘에 나타나는 보스급 캐릭터는 누구인가? 이 역시 라바나(Ravana)??



앙코르와트의 부조에서 데바쪽 라인으로 맨뒷편에 바수키의 꼬리 부분을 잡고 있는 캐릭터는 누구인가? 

: Sugriva(원숭이신) http://treasuresofcambodia.blogspot.kr/2012/07/angkor-archaological-park.html



데바들에게 속은 것을 눈치채고 데바로 변장해서 불사의 물약을 일부 마신 RahuKetu에 관한 이야기




 

Posted by 순간을 머무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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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3.05 15:31 Address Modify/Delete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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