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쿵저러쿵

Short Stories 3 - A Very Special Love

engbug 2018. 4. 1. 17:34

작은 이야기 세 번째입니다. 이글도 역시 [원문 읽기]를 누르시면 영문으로 된, 본래의 글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글쓴이는 Robert Earl Hazelett입니다.

 

 

[A Very Special Love]                           [원문 읽기]


                             - Robert Earl Hazelett -

 


런던, 러시아 대사관... 한 KGB대령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그는 육필 메모 하나를 벌써 3번이나 읽었다. 메모를 쓴 사람에게 유감을 표명할 필요는 없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이 문제를 바로잡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잠시 후엔 그렇게 할 테니까... 이런 생각에 그의 얼굴에는 엷은 미소가 번졌고, 마음속엔 기쁨과 슬픔이 동시에 밀려왔다.
 

그러나 그는 이런 생각들을 접어 두고, 책상 위에 놓인 액자 속의 사진으로 주의를 돌렸다. 그는 자신들이 결혼하던 그 날을 떠올리며, 자기 아내가 아름다웠노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벌써 43년이 지난 일이지만, 그에게는 자신의 생애에서 가장 자랑스럽고 행복했던 날이었다.


지난 세월 동안 무슨 일들이 있었던가? 왜 시간은 그다지도 빠르게 흘러가고, 나는 왜 아내와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했던가? 왜 나는 좀 더 자주 아내를 곁에 두고, 내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지 고백하지 않았을까? 스스로를 책망하는 그의 눈가에는 눈물이 고였고, 이내 그의 볼을 타고 흘러내려 메모지 위에 떨어졌다. 그는 경직되어서는 손등으로 얼굴을 흠쳤다.  자책하거나 후회한다고 이제와 무슨 소용이 있겠냐며 스스로를 책망했다. 이제 잠시 후면, 나는 아내의 뒤를 따를 것이다. 그리고 그녀를 만나게 되면, 내 영원한 사랑과 헌신을 보여주리라.  


메모지에 불을 붙인 후, 그는 그걸 재떨이 속으로 던져 넣고는 메모지가 타들어 가는 모습을 지켜 보았다. 잠깐 동안, 타들어가는 메모지에서 나오는 불꽃으로 어두운 방의 벽면으로 이글이글 투영되던 그림자들이 어른거리다가는 이내 사라졌다. 그는 이 모습이 자신의 생애와도 유사하다고 생각하며, 다시 한번 쓴 웃음을 지었다.


대령은 피우던 담배를 바닥에 떨구고는 뒤꿈치로 짖이겨 꼈다. 그리고는 아내의 사진을 품에 꼭 끌어안고서, 주머니 속에서 권총을 꺼내 총구를 자신의 입 속으로 밀어 놓고는 방아쇠를 당겼다. 재떨이에는 그 메모지의 작은 조각이 하나 남겨져 있었다. 그의 눈물로 젖었던 부분이 미쳐 다 타지 않았던 것이다. 그 메모지 조각에는 "어제 사망"이란 말이 쓰여져 있었다.

 

 

 

2004년 9월 27일에 담은 사진

 

 


[덧말]

 

의식중에 때로는 무의식적으로 우리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의 모든 것들에 대하여 그릇된 편견이나 선입견을 가질 때가 있습니다.

 

KGB, 한 때 악명을 떨쳤던 구 소련의 비밀 첩보기관을 좋은 이미지로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렇습니다. 그들은 많은 잘못과 해서는 안 될 일들을 곧잘 했을 겁니다. 하지만, KGB만 나쁜 걸까요? 그에 상대가 되는 CIA나 이스라엘의 Mossad는 어떻습니까?? 아마 만만치 않을 겁니다.

 

대학시절 사회학 강의시간에 있었던 과제 중에 하나가 '사회주의 대논쟁'이라는 책을 읽고 그 감상을 적어 내는 것이던 적이 있었습니다. 만만치 않은 책 분량인지라, 어쩌면 그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고, 제대로 그 과제를 해 낸다는 것은 사회학이 전공이 아닌 나와 같은 처지의 학생들에게는 고지식하게 생각될지도 모를 일이지만 이런 일로 스스로를 속인다는 것이 찝찝해서 부지런히 책을 읽어 나갔습니다.

 

그리곤 놀랐죠. 예전엔 공산주의니 사회주의니 하는 것은 야수같은 자들의 광란 정도로 밖엔 알지 못했던 저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한 가지 정책을 세우기 위해 그들이 나누는 치열한 논쟁들과 고민들... 지금까지 너무나 잘못 알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우리나라 국회의사당에서도 그런 진지한 논의들이 이루고 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 글도 KGB요원 중의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그도 역시 한 사람의 인간, 자신의 아내를 지극히 사랑한 아름다운 사람이지 않을까요? 나만 살겠다는 이기심이나 배타심이 아닌, 함께 살아가자는 노력들이 보편적이고, 중심적인 사고방식으로 자리 잡는 세상이... 그리고 그런 날들이 하루빨리 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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