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쿵저러쿵

순간을 머무는 바람

닉네임을 입력하지 않음 2018. 4. 1. 05:40

바람은 순간을 머물 뿐이다.
나도 그 바람을 잡을 수 없다는 걸 모르지 않지만..
그래도 한가지 바람을 가져 본다면,
설령 그것이 욕심이란 것 일지라도...

계절풍이기를...
그리하여
태양이 다시 그 자리를 찾을 무렵이 되면
예전 그 모습으로 돌아 올 거라는....
나는 단지 세월을 착각하면 그만일 거라는

 

바람은 순간을 머물 뿐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바람은 다만 흘러갈 뿐
머무는 순간 자신의 생명을 다 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언젠가 난, 그 바람이 머물기를 바랐고
한  때 내 곁을 스쳐간 그 찰나의 시간에
'머문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했다.

그리고 결국 내 곁에서 영원할 수 없다면
계절풍이기를...
그래서 한 해가 모두 지나고 다시 그 계절이
돌아올 쯤엔 지난 그 모습 그대로 돌아올 수 있기를
원했는 지도 모른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순간을 영원으로 생각하며 살아갈 수 있으리란
나의 희망도 '순간을 머무는 바람'이 되어 버린 지금.

나는 객관화된 사실로 지난 날의 아픔을 이야기 하고 있다.


잔인한 건 어쩌면 세상이 아니라
그 안에서 적응해 가는 '나' 일런지도 모르겠다.

 

 

2004년 9월 19일 월미공원에서 담은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