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에게...
네가 커 가면서 아빠가 문뜩문뜩 해 주고 싶은 말들이 요즘 더 많아지는 거 같다.
지오야, 이건 아빠 생각이라서 엄마의 의견이랑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아빠는 지오가 공부 잘하는 아이, 수영 잘하는 아이, 축구 잘하는 아이...이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건 아빠가 우리 지오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가 아니다.
아빠는 지오가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데,
공부를 잘 하지 못해도, 수영을 못해도, 축구를 못해도 행복한 사람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지오야...
수영을 못해도 괜찮고, 축구를 못해도 괜찮다.
아빠 엄마가 지오를 수영장에 보내고, 축구교실에 보내는 이유는
우리 지오가 수영선수가 되기를 바라서도 아니고, 축구선수를 만들기 위해서도 아니란다.
아빠 엄마는 지오가 즐겁게 놀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하는 마음으로
수영장과 축구교실을 보내는 거란다.
근래에 아빠는 지오한테 자주 감동을 받는다.
지난 4월 11일이었지.
전부터 아빠랑 함께 수영장에 가고 싶다고 지오가 얘기를 해 와서,
아침에 투표를 하고 와서, 우린 지오가 다니는 수영장을 함께 갔다.
그날, 지오는 정말 잠시도 쉬지 않고, 배영에 자유형에 아직 많이 어설프지만 참으로 열심이었다.
마치 아빠에게 뭔가를 보여 주고 싶었던 것처럼...
아빠는 그런 지오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평소 지오의 마음을 잘 알아주지 못했나 보다." 싶어서
마음 한 구석이 뭉클하고... 한편으로는 우리 지오가 너무 대견스럽고, 고마웠단다.
우리 아들이 아빠에게 인정 받고 싶었었던 건 아닌지,
아빠가 지오를 너무 어리게만 보아 왔던 것은 아닌지...
얼마 전에 있었던 일도 그랬다.
집에서 키우는 구피들 물을 갈아 주는데 쓰려고 2리터짜리 빈 생수병의 허리를 자르고
거기에 물을 부었는데... 이게 웬일인지 바닥이 물로 흥건했다.
아빠는 처음엔 영문을 몰라 "어라.. 왜 물이 새지, 바닥이 깨진 건가?"라고 생각을 했었지.
그런데 바닥이 깨진 흔적은 없었다.
그제서야 네가 "아빠, 그거 제가 구멍을 뚫었어요. 아빠가 식물 키우는 거 좋아해서, 화분이 많이 필요
한데 매일 화분 사러 다니느라 힘드시잖아요. 그리고 화분 사는데 돈을 다 써 버리면 안 되잖아요. 그래
서 여기에 식물 심으시라고 구멍을 뚫었는데... 옆은 도저히 자를 수가 없어서 못 했어요."
아빠는 혹시 네가 무리하게 생수병 바닥에 구멍을 뚫다가 다치지는 않았는지 걱정이 되어
괜찮냐고 묻고는, 위험하니까 다시는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지만...
어린 너의 마음 씀씀이가 너무 고마워서, 지오가 마무리하지 못한 생수통 옆을 자르고 나서 다른 화분 대신에 거기에 싱고늄을 심었다.
지오야!
아빠도 아직은 세상을 어떻게 해야 잘 살아가는 건지, 어떻게 하면 자식을 잘 키우는 건지 잘 모르겠다.
다만, 아빠는 지오에게 이런 부모가 되고자 하는 바람은 지키고자 노력할게.
자식을 부모가 원하거나 원했던 무언가가 되도록 하지 않고,
기대와 걱정보다는 관심과 사랑으로... 너의 꿈을 지지하고 함께 걸어가 주는 좋은 벗이 될 수 있도록 하마.
지오야! 고맙고, 사랑한다.
아빠가...
[2012년 어느 봄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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