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Gulf Cooperation Coucil) 국가 6개국(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 중에서 내가 가장 먼저 방문했던 곳은 사우디아라비아였다(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두바이를 경유한 것은 제외하는 것이 맞다).
2018/03/17 - [해외여행/사우디아라비아] -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Riyadh) 킹덤 센터(Kingdom Centre)외
하지만 2013년도 당시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인 리야드(Riyadh) 번화가를 잠깐 본 것이 거의 전부였고, 이후에도 일과 관련해서 현지의 뉴스 등을 가끔 들여다보긴 하지만 사우디인들이 실제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간접적으로라도 경험할 기회가 없었다(게다가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는 상당히 폐쇄적인 사회라서 한국에서 그들의 생활상을 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빈부 격차]
그러다가 카타르 도하와 쿠웨이트에 출장을 가면서 현지인들이 사는 모습을 곁눈질로 보는 정도의 경험을 하게 되었고, 적어도 경제적인 생활수준은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GCC 국가들의 맏형 격인 사우디아라비아도 당연히 경제적으로는 꽤 부유하게 살겠거니 했는데, 아래의 뉴스를 보면서 그와 같은 나의 환상이 상당 부분 깨어졌다. 해당 기사에는 보통의 사우디 현지인들의 급여 수준과 주택난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고, 이는 내가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예상과는 거리가 먼 내용이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열흘 남짓 사우디 동부의 최대 도시인 담맘(Dammam)을 다녀오면서 어쩌면 내가 읽었던 기사의 내용보다 현실은 더 심각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위의 사진들은 체류 기간 중에 며칠 묵었던 Swiss International Al Hamra Hotel의 주변 건물들의 모습이다. 이 곳뿐 아니라 현지에는 많은 상가 건물들이 공실로 있었고, 짓다가 공사를 중단한 건물들도 종종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아마도 삼국인(TCN, Third Country National : 보통 GCC 국가들에 취업비자로 와서 일을 하는 인도, 네팔, 방글라데시, 필리핀 등의 국가 사람들을 칭함)들의 주거 공간으로 보이는 건물들의 관리 상태도 좋지 않았다.
현지인 직원의 말에 의하면 예전에는 외국인들이 사우디 현지인의 이름을 빌려서 상점 등을 운영할 수 있었는데, 이제 그런 부분들이 허용되지 않으면서 이렇게 많은 상점들이 공실화 되어 버렸다고 하는데... 실제 내막이 어떤지는 모를 일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석유 중심의 국가경제와 재정을 다변화시키려는 노력으로 VISION 2030을 통한 관광 산업 등의 활성화를 꾀하고 있으며, NITAQAT을 통해 자국민의 실업률을 낮추고 있다.
NITAQAT(니타카트)라고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도 중 하나로, 노동시장의 현지화를 통해 사우디인들의 실업률을 낮추려는 제도로서 외국인을 고용하는 회사들에게 일정 비율 이상의 사우디인을 고용하도록 강제하고, 특정 직종에 대해서는 외국인의 고용 자체를 금지시키고 있음. 하지만, 예를 들면 스마트폰이나 안경 판매, 서비스 등에서 외국인의 취업을 금지시켰는데 사우디 현지인들 중에 해당 기능을 가진 사람들이 없어서 문제가 야기된 적이 있는 등의 허점과 한계를 드러내기도 함.
즉, 요약을 하자면 석유를 통한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는 있지만, 이는 왕족 등 일부 계층들이 대부분의 부를 독점하고 있고 대부분의 사우디인들은 소외되어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석유의 고갈이나 원유 가격의 폭락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보통의 사우디인들은 더 곤란한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담맘에서의 교통사고를 보면서...]
낮에 숙소 주변인 Al Souq 지역을 둘러보다가, 우연하게 교통사고가 발생한 현장을 목격하게 되었다.
이곳은 교통량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닌데, 신호 대기 중에 앞 차가 조금이라도 지체를 한다거나 하면 뒤에 있던 차량의 운전자들이 여지없이 경적을 울려 댄다. 그런데, 평상시엔 그런 경우가 없던 곳에서 경적 소리가 요란하길래 무슨 일인가 싶어서 봤더니 승합차 한 대는 도로 위에 누워 있고, 택시 한 대는 보닛(Bonnet)을 올려 젖힌 채로 교차로 한쪽에 멈추어 있는 것이다.
가까이 가서 보니, 택시는 현대자동차의 차량이었는데, 범퍼를 포함해서 앞부분이 꽤 망가져 있었다. 다행히 운전자나 동승자들은 모두 나온 상태였다. 현대차의 경우, 충돌 각을 잘 맞추어야 겨우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던 에어백이 어쩐 일로 터져 있었다. 두 차량 사이에 직접적인 접촉이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승합차의 경우에는 제 풀에 전복된 것으로 보이고, 현대차의 경우에는 뭔가에 부딪히긴 했는데 계란으로 바위 친 격으로 혼자만 파손 정도가 심한 것 같았다.
순간, 20여 년 전에 현대차 강판과 관련해서 누군가와 나누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당시의 나의 질문과 상대방의 답변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질문] 자동차의 강판이 너무 얇고 강도가 낮은 것이 아닌가? 이 정도면 내가 마음먹고 세게 눌러도 구겨질 것만 같다.
[답변] 자동차 강판이 두껍다고 강한 것도 아니고, 탑승자가 안전한 것도 아니다. 현대차의 경우에는 충돌 시 자동차가 구겨지면서 그 충격을 흡수하기 때문에 운전자는 오히려 충격을 덜 받게 된다. 탱크를 예를 들자면, 탱크를 강하게 만들어서 상대방의 포탄에도 견디게 만들었는데, 정작 포격을 받으면 탱크 안에 탄 병사들을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죽거나 작전 불능의 상태에 이를 정도로 부상을 당한다.
[질문] 그렇다고, 이렇게 차체의 강도가 약해서야 충돌이 발생하면 차가 형체도 안 남을 정도로 부서질 텐데... 아무리 차량이 충격을 흡수한다고 해도, 구겨진 차 안에 있는 사람이 멀쩡하길 기대할 수 있겠는가?
[답변] 그게 기술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차가 안전성 검사를 통과하는 것이 아닌가.
[질문] 미국에 수출하는 차량은 내수용 차량보다 강판이 더 두껍다던데?
[답변] 미국은 우리나라와 기준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거기에 맞출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그와 같은 기준으로 생산을 하면, 차량의 무게가 증가하기 때문에 연비가 떨어져서 결국 유류비가 증가하게 되면 소비자가 경제적으로 더 손해다.
[질문] 연비가 떨어져도 안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객이 있다면, 그 선택은 소비자에게 주어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일률적으로 강판이 얇은 차량만 판매하면서,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고양이가 쥐 생각해 주는 척" 하는 것처럼만 들린다.
[답변] 한국에서는 규정상 문제가 없는데 굳이 현대차가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
[질문] 그럼 녹이 그렇게 잘 나는 건 왜 그런 건가?
[답변] ....
그 이후로는 현대자동차는 구입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멀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교통사고의 현장을 보고서 그때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담맘(Dammam) 지역의 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고 느꼈던 이유 중에 하나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유난히 눈에 많이 띄었던 것에도 이유가 있다. 거의 30%는 되어 보일 정도로 많은데, 카타르나 쿠웨이트에서는 이렇게 많은 현대차와 기아차를 본 적이 없었다.
외국인들은 나와 같은 의문을 갖지 않기를 바라고... 이왕이면 국산제품이 해외에서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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