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태국

태국, 치앙마이- 왓 도이슈텝(Wat Prathart Doi Suthep)

engbug 2018. 3. 23. 20:30


이글에는 사진이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혹시 여행 이야기에 사진이 없는 경우, 어지럼증이나 발작 증세를 일으키시는 분이 있다면, 얼른 다른 사진이 있는 글을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당신은 소중하니까요!!



이 글은 1998년 3월 1일부터 4월 2일사이에 다녀온 태국 배낭여행 이야기의 일부이며, 개인 홈페이지(http://www.geoever.com)이전 과정에서 이곳 블로그로 옮겨 온 것입니다. 


그 때는 세상에 대한 회의(?)가 많았던 시기라서... 카메라를 아예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2018/03/21 - [해외여행,출장/기타] - 태국 배낭 여행 일정 요약(1998.3.1~ 4.2)






아침에 늦잠을 자고 일어나 점심 때가 되어서야 식사를 하고는 1시 30분경...


Wat Doi Suthep (Wat은 태국어로 Temple이란 뜻임)으로 가는 미니버스(소형짐차를 개조한 것)를 타기 위해서 북문(Chang Puak Gate)으로 향했다. 


대부분의 성곽은 무너져 버렸지만 성문은 모두 건재한 모습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방향감각만 있다면 찾기가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웬 일....


차선의 진행 방향으로 봤을 땐, 분명 북문의 남쪽 방면에 버스 정거장이 있어야 하는데 미니 버스는 커녕... 

기다리는 사람조차 하나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런, 또 책이 잘못 됐나? 여행 가이드북을 과신하면 낭패를 볼 때가 있다.)


이제는 묻는 일에 주저하기 않기로 결심한 나는 길모퉁이에 있는 한 식당 아주머니에게 접근해서는 어디서 그 버스를 타냐고 여쭈어 보았다. 그런데 이 아줌마는 자꾸 손으로 북문의 북쪽 방면을 가르키면서,  뭐라 뭐라 그러는 거다... 속으론 


'이 아주머이 왜 이러시지?? 그 쪽은 반대 방향인데....' 


그런 생각을 하며... 긴가민가 하고 있을 때 쯤 저 쪽에서 한 아저씨가 열심히 뛰어 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 온다. 

그가 바로 내가 가고자 하는 사원으로 가는 미니 버스의 운전 기사인 것이다.


버스는 북문의 북쪽에서 사람을 태워 (5명이상이 모일 때까지 기다림) 성벽의 동북쪽을 돌아서 사원으로 가는 것이었다.


구시가지를 빠져 나오는 길에 바이크(오토바이)를 탄 귀여운 여학생들이 웃으며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인다.


서쪽 방면의 성벽은 그래도 제법 많이 남아 있었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구시가지를 나와 새롭게 도시화와 공업화가 되어 가는 신시가지를 통하는 Huay Kaew RD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이 곳의 매연은 정말 장난이 아니다. 멀미를 안 하는 나도 속이 울렁거릴 정도다. 

(아직은 차가 귀해서 그런 지... 배기 가스 검사가 심하지 않은 가 보다.)


한 참을 신시가지로 달려서 이제 꽤나 지나왔다 싶으니까 이젠, 산으로 접어드는데 꾸불.. 꾸불... 마치 한계령 넘 듯이 그렇게 해발 1080m라는 Doi Suthep 산을 오르기 시작하는 거다.


차는 이리 흔들 저리 흔들.... 멀리 치앙마이 시가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얼마나 갔을까..? Chiang Mai Zoo 라는 간판이 보이고 20-30여대의 차와 바이크가 정차해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 곳이 바로 치앙마이 동물원으로 근처에는 폭포도 있어서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이용되는 곳이다. 

나도 한 번 시간을 내어 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마음 속에서 고개를 든다.


이젠 얼마 안 남았겠지 하는 기대 속에서 울렁이는 속을 달래며 밖을 바라보며 가는데, 이 길 끝나면 절이 보이려나, 이건 가도 가도 끝이 안 보이는 거다. 


'내가 토~~ 할 것 같은 표정을 하면 앞에 있는 독일 여자애들이 불안해 하겠지 ?'

하는 생각에 애써 태연한 미소를 연신 보내고는 있었지만... (역시 젠틀맨이야)


'울렁 울렁~ 울렁 울렁~'


그렇게 가기를 한참여 만에 드디어 도착!!!  Doi Suthep 국립공원...



여기서 잠깐... 사원까지 가는 길에는 3가지 선택코스가 있다. (순간의 선택이...)


하나는 우측에 보이는 케이블 카... 놀이동산에 있는 거랑 비슷한 수준의 것이다.



다른 하나는 가장 보편적인 선택인데.. 그냥 입구쪽으로 가서 300여 미터라는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거다.

실제로는 300미터는 안 되는 거 같은데 쉬지 않고 오르기는 만만치 않다. 왜냐면... 나름 고지대니까... ^^


마지막으로 세번째 방법은... 나의 탁월한 선택.. footpath라는 산책로를 따라 국립공원 본부쪽으로 올라갔다가 산길로 내려 오면서 사원의 환상적인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코스다. 


솔직히 사원 자체만으로 본다면 방콕의 왓 프라케오를 이미 본 적이 있다면 별게 아니다.


하지만 이 코스를 통해서 보는 사원의 모습은 분명 다른 감상을 느끼게 할 것이다.


사원의 반대편 언덕으로부터 내려오면서 바라보는 황금사원... 

일종의 신비감마저 자아내게 하는 그 모습은 감동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혼자서 한적한 길을 걷고 있노라면 귓가에는 연신 매미 소리가 들리고 어디서 날아왔는지 이국의 나비 한 마리가 어느 새 나의 길동무가 되어 준다. 


한껏 낭만에 취해서 산책로를 내려오면 기다리는 것이 바로 두번째 코스인 계단 오르기... 

이미 준비운동은 충분히 했겠다 주저 없이 오르는 거다...




이 사원에서 특이한 점이라면 커다란 징이 있다는 거다. 

두드려 볼 수는 있는데 제발 살살 치길... 한 중국인 아저씨가 경우도 없이 세게 몇 번을 치고 갔는데 절로 인상이 구겨졌다.


뒤 쪽에 박물관은 별 것 없으니 그냥 안 봐도 그만이지만, 동쪽으로 치앙마이의 시가지를 관망할 수 있는 곳은 한 번 가 보는 것도 괜찮다. 이 사원은 복장을 따지므로 복장 단정에 유의하자... 


안에 들어가면 단체 관광객이 많이 있으니까... 언제나 그랬듯이 귀동냥으로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것도 나쁘지 않다. 

몇 가지 안타까운 건... 사원 주변의 벽화인데.. 대단한 것도 아닌 건 같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금이 간 벽 쪽으로 해서 아무렇게나 페인트 칠을 해 놓은 것을 보니 사원의 격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참... 체디(탑)를 중심으로 남북으로 위치한 건물 안에는 커다란 불상이 모셔져 있고... 

사원의 서쪽엔 난을 키우은 곳이 있는데 난 꽃이 제법 많이 피어 있어서 잠시 둘러보고 있노라면 절로 기분전환이 되는 듯 하다.


조금은 실망스러운 마음으로 계단을 내려와 다시 구시가지 쪽으로 돌아가려는데 미니버스에 5명이 모일 때까지 기다리는 사이, 나의 눈을 끄는 건물들이 있었으니...


'그래 한 번 가는 보자' 하는 마음에 발 길을 돌린 곳이 [Orchid & Jade Factory] 라는 옥을 가공해서 판매하는 곳이다. 


입구에 들어서서 기웃기웃 하려니까 한 여직원이 말을 걸어온다. "니하" (한문으로 못 써서 한글로 하는 거 아님... 글자를 못 

찾아서.. 흐흑~~).. 중국인인 줄 알았나 보다. 나의 잘난 척이 또 가만이 있을 수 있나... 미소를 머금으며 


"I'm not Chinese" 

"Oh.. Sorry.. then Where are you from ? "

"I'm from Korea"

"Can you speak English ?"

"Sure" 


이러자 한 여직원이 안 쪽을 가르키며 옥을 가공하는 작업장을 견학하겠냐고 한다. 


물론 마다할 내가 아니다. 막 작업장에 들어 서려는 순간, 한 여직원이 달려와서는 작업장을 보기 전에 먼저 5분 정도 하는 비디오를 보고나서 둘러 보는 것이 좋겠다며 나를 비디오 상영실로 안내하고는 음료수를 권한 후.. 옥의 유통 및 완성품의 생산에 관한 간단한 비디오를 틀어 준다. 혼자 앉아서 비디오를 보는 기분이란...


비디오의 내용은 사진 또는 비디오의 촬영을 금한다. 왜냐면 그 내용 중에 옥을 밀수하는 과정이 그대로 나오기 때문에 아마도 그 사람들의 얼굴이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비디오의 내용을 대충 설명하자면...


태국에서 가공, 제작되는 옥은 80 %가 밀수에 의해서 버어마나 중국으로 부터 들여온다. 이런 일은 대단히 위험하지만, 워낙 많은 돈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위험을 무릎쓰고 목숨을 담보로 한 원석 밀수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주요 운송 수단은 코끼리이다. 버어마산 옥과 중국산 옥은 차이가 있는데 버어마산 옥이 더욱 색이 선명하고 투명도가 높아서 가격 또한 중국의 것에 비해 훨씬 높다. 


중국 것은 색이 탁하고 투명도가 낮다. 옥을 가공하는 기술은 몇 몇 사람들에 의해서만 전해지기 때문에 밖으로 유출이 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그 밖에는 어떤 옥이 값어치가 더 나가는지 하는 것과 그런 차이를 어떻게 구분하는지 등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 이상.... 비디오 내용에 대한 간단한 브리핑이었습니다. ^^; ----



비디오를 보고 나니.. 아까 비디오 감상실로 안내했던 그 여직원이 다시 와서는 나를 원석 가공실로 안내했다. 커다란 원석을 커팅하는 작업실과 사람들이 분업적으로 조각하고... 조각이 끝난 옥에 광택을 내는 모습을 보여주며 설명을 해 주었다.


10여센티 정도 하는 옥으로 된 불상을 만드는데 만도 3일... 광택을 내는데 1일이 걸린다고 하니 보통 손이 가는 일이 아니다. 그녀는 우리나라에서는 Jade을 뭐라고 부르냐고 했다. 나의 대답은 간단하게 "옥(玉)"이라고 한 다음, "It's a Chinese letter."라고 설명을 해 주었다. 


옥의 가공 현장을 둘러 본 다음엔 입구 쪽에 있는 매장으로 나를 안내해서 판매하기 위해 전시해 놓은 완성품들을 보여주었다. 

물론, 그녀는 내게 물건을 팔려는 마음보다는 처음 나타난 한국인 청년에 대한 일종의 호기심 내지는 관심때문에 그런 친절을 베푸는 듯 했다. 그녀가 보여주는 반지며, 목걸이들을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여러 옥 광산이 있다고 말해 주었다. 그러자 그녀도 그 점을 알고 있다며, 옥의 색깔엔 어떤 것들이 있냐는 질문을 해 왔다. 녹색... 흰색 ... 등등 여러가지 색을 가지고 있다고 말 해 주었다. 언젠가 우리나라의 옥도 상당히 질이 좋은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서도 왠지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Wat Doi Suthep을 떠나며... 나의 선택과 느낌에 충실하고, 그 결과물이 내 기대에 상응함에 뿌듯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여행이라는 건... 단순히 가이드북에 적혀있는 대로.. 말 잘 듣는 학생처럼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가이드북은 그저 참고 사항으로 보고, 스스로 의문을 제기하고 그 물음에 답을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




[덧말] 혹시라도 이 글이 제가 올린 글들 중에서 가장 많은 공감을 받게 된다면....

        다른 글들에 포함되어 있는 사진을 모두 내릴 지도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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