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개인 홈페이지(http://www.geoever.com)에 올려 놓은 2000년 배낭여행 이야기를 옮겨 놓은 것입니다.
[콰이강의 다리(River Khwae Bridge) : 방콕에서 오는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
'세상만사... 다 때가 있고, 인연이 있다'고들 한다.
가끔은 그 때라는 것이 과연 언제이고, 그 인연이란것이 정말 내게도 올 것인가 ? 하는 의구심에 마음이급해지고 불안했던 날들도 많았다.
'과연 그 때, 그 인연을 만날 수 있을까 ??'
지난 번 처음 태국을 왔을 때는 한 달을 머물면서도 와 보지 못한 곳이 이곳 칸찬나 부리였다. 방콕에서는 왕복으로 고작 5시간 거리에 있고, 하루나 이틀 정도면 대강은 돌아 볼 수 있는 곳임에도 말이다.
그런데 이번엔 채 열흘도 태국에 머물지 않았으면서도 이 곳을 챙긴거 보면... 아마 칸찬나부리와 나와의 인연이 지난 번은 아니었던가 보다.
여행을 준비하는 동안, 일정을 대충 맞춰보며 이번엔 가서 '콰이강의 다리'도 보고, 이왕 가는 김에 '카오푼(Khao Pun)'이라는 동굴도 둘러 보리라 마음을 먹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칸찬나부리'라는 고장은 그 지명 조차 낯설다. 물론 나 역시도 그 대부분의 사람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
"니네들 내 영화 이야기 한 번 들어볼래 ?"('조폭 마누라'인가 뭔가 하는 같지 않은 영화에 나오는 대사 패러디 정도라고 생각해 주세요.)
'대동아'니 뭐니 하는 헛소리를 늘어 놓으며 일본이 동남아시아 침략에 열을 올리던 제2차 세계대전당시... 일본군은 연합군 포로들을 동원해서 콰이강위에 기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공사를 진행하지. 포로의 몸으로, 적군의 전쟁을 돕는 일에 나설 수도... 그렇다고 거부할 수도 없는 입장에 놓인 연합군 포로들은 마지못해 피 땀을 흘려가며 불가능할 것 같은 다리 공사를 완공하지만.. 결국 마침내 해내고 말았다는 만족감을 느낄 겨를도 없이 각자의 조국을 위해 애써 만든 다리를 폭파해 버리고 마는 거야.(이 영화는 가까운 비디오점에서도 찾기 어려울 거임)
* 이 한 편의 영화 때문에 유명세를 더 하는 곳이다 보니, 무슨 얘긴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잠깐 줄거리 이야기를 했구요,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은 뭐니뭐니 해도 연합군 포로들이 휘파람으로 군가를 부르며 행진하는 대목입니다. (맞던가??)
오랜만에 글을 올리는 거다 보니... 또 혼자 신나서 이상한 얘기만 했군요...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요 ??
['콰이강의 다리' 출입구(?) : 이곳과 반대편인 방콕에서 오는 방향 두 곳이 있으니, 둘 다 출입구가 되겠다]
칸찬나부리의 명물인 '콰이강의 다리'로는 맨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요즘에도 기차가 다닌다.
이 기차는 방콕에서도 출발하지만 이곳에 정차하는 열차는 자주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방콕의 '카오산 로드(Khao San Road)'에서 머문다면 남부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이곳으로 오는 것이 손쉬운 방법이 될 것 같다.
참, 칸찬나부리에서 방콕으로 돌아가는 버스는 오후 5시엔가가 막차다. 미리 확인해야 낭패 보는 일이 없음.
버스에서 내려 우선은 방콕으로 가는 차편을 확인한 후에 작은 터미널 건물을 빠져 나왔다. 막상 길을 나서긴 했지만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어 머뭇거리는 사이에..아까 내가 버스에서 내릴 때부터 눈독을 들이던 호객꾼 몇이 따라 붙었다.
이곳은 당일로 돌아보기로 예정한 곳이라, 숙소를 잡을 필요는 없었고...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이 교통편이었다.
대부분의 호객꾼은 "필요없다"는 내 대답에 다른 사람을 물색하러 돌아갔건만... 조금은 건들거려보이는 젊은 청년 하나가 연실 웃으며 아직 포기하지 않고 내 곁을 맴돌았다.
어디를 가냐기에 '콰이강의 다리'로 간다니까... 거기는 여기서는 상당히 멀고, 대중교통수단도 만만치 않단다. 칸찬나부리 버스터미널에서 '콰이강의 다리'나 '카오푼 (Khao Pun)'으로 가는 길이 제법 멀다는 건 지도를 통해 이미 나도 알고 있었다. 게다가 두 곳은 서로 다른 방향에 위치하고 있어서 움직이려면 조금은 번거로울 거라는 예상을 하고 온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정 하루에 돌아 볼 수 없으면 이 곳에서 1박을 할 작정이었는데... '삼로' 혹은 '트라이쇼(Trishaw)'라고 불리는 인력거를 끄는 이 친구는 자기 트라이쇼를 타면 두 곳을 다 돌아보고 방콕으로 가는 버스가 출발하기 전에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 주겠다며, TAT(태국관광사무소)에서 검증한 요금보다 싼 가격을 제안해 왔다. 그 정도 조건이라면... ^^*
[Trishaw Rider 'Nay' 와 함께]
이렇게 해서 옆에 사진에서 보이는 트라이쇼 운전사 'Nay'와 오늘 여정의 동행이 되었다.
그는 나보다 서너살이 어린 친구였는데... 집에는 어린 딸이 있다고 했다. 아내는 얼마전 집을 떠난 후 소식도 없단다. 하루 30~40km 이상을 트라이쇼를 끌고 다닌다는 말에... 가뜩이나 뒤에 타고 앉아 있는 것이 편치 않은 나는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Nay는 시종일관 주변의 모습들을 설명해 주고, 나중엔 Khao Pun 동굴 안에도 함께 들어와 안내도 해 주었다. Nay를 만난 것은 이곳에서의 또 하나의 행운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는 친절했고, 처음 보았을 때의 우려와는 전혀 다른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조금 경사진 길이 나오면 트라이쇼에서 내려서 함께 밀고 끌고 하며... 여정을 마쳤을 때는 고마운 마음에 처음 약속한 요금의 거의 2배를 주긴 했지만... 아깝게 생각되진 않았다. 다른 데에서 아끼면 되니까...
[증기가관차 옆에서] [아치 + 평행사변형] [콰이강의 다리 난간에서] [다리 건너편의 모습]
Nay는 힘차게 트라이쇼의 패달을 밟아 나갔다. 그의 경쾌한 몸놀림에 따라 트라이쇼는 한적한 길을 30여분을 달려 '콰이강의 다리'가 있는 곳에 닿았다.
이제는 말끔하니 도색되고 꾸며진 철교는 예전에 영화에서 보았던 그 모습과는 달라보였다. 사실인즉, 최초에 놓여졌던 목조 다리는 이미 2차대전중에 없어진지 오래고, 아치형의 옛 철교와 새로 복원된 평행 사변형 모양의 새 철교가 합쳐져 오늘의 콰이강의 다리가 되었단다. 다리의 입구(?)쪽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사용되었던 것인지 모를 폭격탄이 나란히 서 있고, 그 앞 공터에는 그 때의 증기기관차가 전시되어져 있다.
지금도 철길과 다리는 현지인과 관광객의 이동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어 흥미를 더 해 준다. 철길 가운대로 난 좋은 나무 판자를 따라 관광객들이 다리를 건너며 구경을 하다가, 기차가 지나면 다리 양쪽으로 난 임시 대피소(난간?)로 피하게 되는데, 이때 기차 안의 관광객은 철교 위의 관광객을... 철교 위의 관광객은 기차 안의 관광객을 서로 촬영하는 재미난 광경을 볼 수 있다.
철교의 건너편에서는 사진에 나오는 모습처럼 현지인들이 좌판을 펴고 관광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기도 한다.
여기서 잠시 이 다리에 얽힌 이야기들을 하고 넘어가야겠다.
'콰이강의 다리'는 1943년 2월에 나무로 완공이 되었다가, 같은 해 4월에 철교로 완성 되었다고 합니다. 일본이 아시아 정복의 공급로로 사용하기 위해 태국에서 미얀마까지(415km) 철길을 건설하였는데, 여기에 동원 되어 죽어간 포로들의 수가 16,000명에 달한다고 해서 '죽음의 철길(Death Railway)'라고 일컬어 지기도 하는 이 철길 중에 일부가 바로 이 '콰이강의 다리'입니다. 1942년 9월 16일, 처음 철로 건설이 시작될 당시, 일본의 기술자들은 5년의 세월이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일본군은 포로들에게 16개월만에 완공하도록 시켰다는군요. 그리고 그 기간 중에 탈출에 성공했던 포로는 'Briton'이라는 단 한 명 밖에는 없었답니다. 한 마디로 포로들에 대해 인정사정 없었다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죠. 그리고 이 때 철로 건설에 사용되었던 재료(목재)들은 자바섬에서 가져 온 것이랍니다.
[Chungkai War Cemetery] [Khwae Yai River] [Khwae Yai River의 Boat House]
콰이강의 다리 근처에는 한국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도 몇 군데 있다. 한국인이 경영하는 곳이긴 하지만, 현지인들이 고용되어 운영되어서인지 어설픈 점이 많다.
콰이강의 다리를 돌아 보고 다시 터미널이 있는 쪽으로 되돌아 오다가 우측으로 빠지면 좀 더 시골의 정취가 느껴지는 왕복 1차선의 도로를 달리게 된다.
길 옆으로는 사탕수수, 옥수수, 맹고가 심어진 밭들이 나란히 늘어서 있어 마치 어릴 적 외가댁을 갈 때 느끼던 편안함을 주었다.
중간에 연합군 공동묘지인 '충카이 전쟁묘지(Chungkai War Cemetery)'도 있는데 꽃도 많이 심어져 있고 잘 가꾸어져 있어서 인지 마치 공원 같다.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칸찬나부리는 동남아시아의 오랜 농경 문명의 젓줄이 되어준 메콩강(Maeklong River)이 Khwae Yai 와 Khwae Noi라는 두 지류로 나누어지는 곳이기도 해서 강가의 정취가 한 껏 담겨져 있기도 하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와 사진은 'Khao Pun'에 관한 얘기를 하게 될 다음 글에서....
일요일 한 때 시간을 내어 정리를 해 보았는데... 말이나 제대로 이어졌는지 모르겠네요... 콰이강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Lonely Planet에 나온 글을 참고했습니다.
2001년 10월 28일 밤에...
2018/03/01 - [해외여행,출장/태국] - 태국, 칸찬나부리(Khanchanaburi) - 카오푼 동굴(Khao Pun C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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