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어 사용이 보편적인 한글... 그리고 자기를 낮추는 겸양어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 : (중국에서 봤을 때) 동쪽에 있는, 예의를 잘 지키는 나라}이라고 불릴 만큼 예절 바른생활이 보편화되어 있다.
생면부지(生面不知)라도 나이 많은 어른을 공경할 줄 알고, 모르는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그러한 생활 습관이 언어에도 반영되어서인지 한글에는 경어(敬語) 표현이 다른 언어에 비해 보편화 되어 있다.
남을 높이는 방법 중에서는 상대방을 직접적으로 높이는 경우도 있지만, 자기를 낮추어 상대를 높이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말을 겸양어(謙讓語)라고 한다. 특히 호칭과 관련해서는 '나' 대신 '저'를 쓰고, '우리' 대신 '저희'를 사용한다.
저희나라는 왜 틀린 표현일까?
위와 같이 예절이 몸에 배어 있는 것은 좋은데... 종종 사람이 아닌 사물에 대해서도 경어를 사용하는 부적절한 사례도 접하게 된다.
그런데, 어찌 보면 겸손한 표현인 것처럼 보이는 저희나라는 어째서 틀린 표현일까??
첫째, 우리나라 사람들끼리 이야기할 경우를 살펴 보자.
저희는 자기 자신을 포함한 여러 사람들을 가리킬 때 하는 말인데, 여기에는 상대방이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나라 사람들끼리 이야기하면서 '저희나라'라고 말한다면... 상대방은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어야 말이 된다.
둘째, 그럼 외국인에게 '저희나라'라고 말하는 건 왜 안 맞을까?
그건, 사람과는 달리 국가들 사이에서는 위, 아래가 없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국가 대 국가로... 동일한 지위를 가진 독립된 나라들 사이에 '저희나라'라고 표현하는 것은 부적절하기 때문이다.
다만, 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 상대국가를 존중하는 의미로 '귀국(貴國)'이라고 칭하고, 자기 나라를 겸손하게 '폐국(弊國)'이라고 칭하는 경우는 있다. 회사 사이에 공문을 주고받을 때, 상대회사를 '귀사(貴社)', 자기 회사를 '폐사(弊社)'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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