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랫만에 꽤 오랫동안 앓고 있는 것이다.

장을 쿡쿡 찌르는 것처럼 아프기도 하고, 설사에다 38~38.5도까지 열도 올랐다. 어쩌다 속에 탈이 나는 경우에도 길어야 이틀 정도면 회복하기 마련이고.... 열까지 났던 적은 거의 없었는데...

그래서 우선 배가 아픈데는 건비환이라는 한약소화제를 먹고, 열이 나는데에는 타이레놀을 먹었다. 그리고 수분섭취는 파워에이드를 마셨다. 다행스럽게도 열은 타이레놀을 두번째 먹고 잠을 자는 중에 땀 한번 흠뻑 나고는 정상을 회복했다.

문제는 배가 아픈 건데... 건비환을 먹기 시작하면서 많이 호전되긴 했는데, 정상으로 돌아오지는 않았다.

마침 설 전날 아프기 시작했고, 설날로 이어져서 동네 병원들은 문을 닫았기 때문에 병원을 가려면 인하대 응급실로 가야 할 판이었다.

2008년에 지오 때문에 2번, 고운이 때문에 1번 종합병원 응급실을 가게 되었는데... 그 때마다 실망을 금할 수가 없었다... 아이들 혈관을 찾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혈관을 잘 못찾아 예닐곱번 허탕을 치는 것은 기본이고 어디가 이상이 있는지도 잘 알지 못하고 기다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잦아드는 적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응급실 의사의 대부분은 경험이 많은 전문의보다는 인턴이나 레지던트처럼 보여서 급한 마음에 찾아간 환자와 환자 가족들에게 믿음을 주기엔 충분하지 못했다. 그리고 TV 드라마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종합병원의 장삿속.... 굳이 구구절절이 이야기 하지 않더라도 경험해 본 사람들이라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지 알 것이다.

그런 까닭에 가뜩이나 병원가기 싫어하는 나는 일단 버텨보기로 하고, 위와 같이 처방전없이 먹을 수 있는 건비환과 타이레놀을 먹은 것이다.

그리고, 이제 정신을 좀 차리게 되었을 때... 인터넷으로 장염에 대하여 찾아 보았다. 원인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에는 '대증요법(對症療法)'으로 아픈 증세를 완화시키면서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치료방향이라고 한다.

지금까지의 경과를 본다면, 운 좋게도 바른 길에서 그리 벗어난 것 같진 않다.

어릴 적엔 왠만하게 아파서는 병원에 가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병원에 갈 형편도 되지 못했다. 그래서 그냥 버터 괜찮을 정도면 버텨보고, 그래도 안 되면 약을 지어 먹었다. 그리고 그러다 보면 얼마쯤 고생하다가 나았다.

물론 의사나 약사의 전문성을 깎아 내려거나, 선무당이 사람잡는 격으로 스스로의 병에 스스로 진단을 내리고 치료방법을 선택했다가 잘못해서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우매함을 부추기려는 의도도 가지고 있지 않다.

난 다만, 우리의 삶도 어찌보면 이와 비슷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 글을 끄적이고 있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문제가 생기면 우리는 그 원인을 살피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치밀하게 세워서 해결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그 때 그 때의 사정에 따라서 대충 주먹구구식으로 넘기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리고 십중팔구는 그렇게 주먹구구식으로 해결했더라도 별 문제 없이 지나가곤 한다.

그런데, 문제는 확률의 작은 부분을 차지하는 경우에서 발생된다.
애초부터 꼼꼼하게 공을 드려서 일을 파악하고 처리했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도, 머릿골이 아프다거나 귀찮다거나 아니면 다른 여러가지 이유들로 대충대충 대응했다가 결국 가래로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우리가 늘상 신중하고, 매사에 진지할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적어도 경중을 따져서... 중하고, 그 하나의 판단에 의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라면...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

단지 눈 앞에 보이는 것이나 고통을 해결하는 것에 급급하지 말고, 그 원인이 무엇이고 앞으로 그런 일들이 다시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원인에 접근해 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 이 글은 2009.01.28. 개인 홈페이지에 게시했던 내용을 옮겨온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