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차이나타운에서는 중화요리를 파는 식당들 외에 우리나라에 자리를 잡고 살았던.... 그리고 살고 있는 화교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건물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1912년에 개업을 해서 최초로 자장면을 만들어 팔았다는 '공화춘(共和春)'은 1983년 문을 닫았기 때문에 당시에 어렸던 나는 영업을 하는 공화춘을 본 적이 없다. 그나마 그 후에도 계속 영업을 하던 식당은 '풍미(豊美)'였다.


공화춘 관련 나무 위키 :

https://namu.wiki/w/%EA%B3%B5%ED%99%94%EC%B6%98


화교학교에서 중구청 방면으로 길가에 있는 옛 건물들이 몇 개 있을 뿐... 정말 세계적으로 차이나타운이 자리잡지 못한 얼마 안 되는 나라가 우리나라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차이나타운에서 그나마 의미가 있는 장소 중 하나가 바로 '의선당(義善堂)'이다.


누군가는 이곳을 절이라고도 하는데, 사당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중국에서 그리 먼 거리는 아니라도 이국 땅인 한국에 와 자리를 잡고 사는 화교들의 모임의 장소이자 구심점 역할을 했을 이 곳은 1893년경에 만들어져서 명맥을 유지하다가 점점 화교들의 세가 약해지면서 1970년대에 들어서 문을 닫았다가, 2000년에 다시 문을 열게 되었다고 한다.


나도 별 생각없이 지나칠 수 있었을 이 곳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무예에 관한 내용을 보다가 우연히 팔괘장을 보게 되었고, '주권(走圈)'을 돌며 연마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한국에 팔괘장이 전파된 유래 등을 좀 더 알아 보니... 연결된 곳이 의외로 이곳 '의선당'이었던 거다.


 

팔괘장 관련 나무 위키 자료 :

https://namu.wiki/w/%ED%8C%94%EA%B4%98%EC%9E%A5





비록 게으른 내가 '주권(走圈)'을 배우지는 못했지만... 나중에 차이나타운을 갈 기회가 되면 한 번은 이곳 의선당을 가 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마침 의선당은 길 가에 있었고, 누구나 들어가 볼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었다.



객지에서의 삶은 녹록한 것이 아니어서, 이방인으로서 화교들의 삶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이곳에 관음보살, 산신령, 용왕, 관우, 삼신할머니를 모시고, 그들의 평안을 빌었던 목적이 컸을 지도 모른다. 



팔괘장을 연마하는 것이 주 목적은 아니었을 것이란 이야기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은 맨 아래 사진으로 담은 안내문에도 언급이 있다. 그런데, 내가 팔괘장에 관심을 가지고 이 건물을 봐서 그런지... 위의 사진에서 처마쪽으로 보이는 '검(劍)' 모양의 문양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앞 서 언급한 것처럼 다섯 신(神)을 모시는 이 곳에서는 각각의 출입문 마다 현판이 걸려져 있는데...  몇 가지 내용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참고로, 내가 들어 갔을 당시네는 아무도 안 계셔서, 실내로 들어가서 사진을 찍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현판 외에는 내부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나야 지나가는 사람에 불과한데, 그 분들에게는 의미가 있고 신성한 장소일 수 있는 그곳을 함부로 들어가는 것은 적절한 행동은 아니라 생각했다).


자운균점(慈雲均霑) : 자비로운 구름이 세상을 고루 적셔준다.


의중천추(義重千秋) : 의를 중요하게 여기기를 천년 동안 이어간다.


물부재풍(物阜財豊) : 부자가 된다. - 용왕



 


불광보조(佛光普照) : 부처님의 광명이 널리 세상에 비친다. - 관음보살


영험무쌍(靈驗無雙) : 영험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 산신령



 



유국부민(裕國富民) : 나라를 넉넉하게 하고 백성들을 부유하게 한다.


영명천고(英名千古) : 영웅의 명성이 천년 동안 한결 같다. - 관우


 



파심제세(婆心濟世) : 진정으로 염려하고 딱히 여기는 마음으로 세상을 구제한다는 의미로 이해되는데... 파(婆)가 '할미 파'자이고, 삼신 할머니를 모시고 있어서 그런지 많은 곳에서 할머니의 자애로움이 세상을 감싼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의미상 도낀개낀이긴 하다. - 삼신 할머니


  

 

 


 

마무리를 하면서 아주 사소한 것이긴 하지만,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이야기 하자면... 


이곳에 쓰여진 현판은 모두 좌에서 우로 쓰여져 있다. 옛날 한자를 쓰는 방식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그런데, 유일하게 한 곳은 우에서 좌로 쓰여졌다. 바로 맨 위의 사진에서 정면에 보이는 '경로청(敬老廳)'이 그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팔괘장의 주권(走圈)을 배울 기회가 오면 좋겠다.



Posted by 순간을 머무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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